1000만원 이상 금품을 수수하거나 횡령한 사립학교 임원은 시정 요구없이 취소하도록 해야 한다는 전문가 권고안이 나왔다. 인사비리 방지를 위해 학교법인과 대학에 재직 중인 교·직원 중 설립자·임원과의 친족 수를 공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는 사학혁신위원회 제도개선 권고안과 65개 대학 조사·감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사학혁신위원회는 교육부 자문기구로 2017년 12월 출범했다. 박상임 덕성학원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교수·법조인·회계사·교육부(고등교육정책관) 등 총 14명 위원으로 구성됐다.
교육부는 사학혁신위원회 조사·감사 권고를 포함해 총 65개교에 대한 실태조사와 감사를 실시했다. 35개교는 실태조사와 종합감사를, 30개교는 회계감사를 받았다. 총 755건의 위법·부당 사안이 확인됐다.
△임원 84명에 대한 임원취임승인취소 △2096명의 신분상 조치 △227건에 대한 258억 2000만 원의 재정상 조치 △99건에 대한 136명 고발·수사의뢰 조치를 실시했다. 실태조사·종합감사에서 나온 지적사항 441건 중 회계 등 금전 비리가 233건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한 대학은 이사회를 개최한 것으로 허위 회의록을 작성하고 이를 통해 정관변경과 이사 선임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장 자녀가 운영하는 호텔 숙박권 200매를 구매한 후 호텔 영업 중단 사유로 환불조치없이 1000만원 상당을 불용처리한 대학도 있다. 교비를 부당 사용한 사례도 많다. 교비로 골드바를 구입해 결산에도 반영하지 않고 총장이 전·현직 이사에게 지급한 경우, 교비로 골프회원권을 구매해 총장만 이용한 경우 등이다.
신입생 충원율 확보 위해 학업의사 없는 자 307명을 '만학도'로 충원 후 등록포기원 소급 제출한 학교도 있다. 총장이자 법인이사의 조카 및 손녀를 공개채용 시험과 면접전형 없이 직원으로 특별채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사학혁신위원회는 비위를 줄일 수 있는 제도적 방안 10가지를 마련해 권고했다. 임원의 책무를 강화하기 위해 임원승인취소 기준을 명확히 하고 총장·이사장의 업무추진비를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권고안은 1000만원 이상 배임·횡령한 임원에 대해 시정요구 없이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하는 것으로 기준을 구체화했다. 결격사유 발생 임원은 당연퇴직하는 근거규정 신설도 담았다. 총장 업무추진비 공개의무 지도·감독 및 이사장·상임이사 업무추진비도 공개하도록 관련규정 개정을 권고했다.
사학위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확인하고 이를 시정할 방법을 찾았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의 기속력 확보 위해, 결정사항 미이행 시 이행명령 및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사립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자·기존임원·학교장은 개방이사로 선임될 수 없도록 개방이사 선임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는 안도 내놓았다. 대부분의 인사 비리는 사학의 족별경영에서 나온다는 판단이다. 임원 간 친족관계 및 설립자·임원과 친족관계에 있는 교직원 숫자를 공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리 제보자 보호조치를 강화할 것을 지적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공익침해 대상법률'에 사립학교법·초중등교육법·고등교육법을 포함해 제보자에게 비밀보장, 책임감면, 불이익조치 금지 조항 적용을 제안했다.
박상임 사학혁신위원장은 “사학혁신위원회는 백서 발간을 마지막으로 위원회 활동을 종료하며, 그간 위원회의 활동이 사학비리 척결과 교육신뢰회복의 시금석이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사학혁신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 이행계획을 수립하겠다”면서 “사학혁신은 국민 눈높이에 맞게 회계의 투명성과 교육의 책무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