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의학연구원(KIOM·원장 김종열)은 처음부터 목표와 미션이 명확한 몇 안되는 출연연 가운데 하나다. 전통의학인 한의학에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융합·미래의학으로 발전시킨다는 미션이다.
성과도 적지 않다. 침 치료 신경조절작용을 규명한데 이어 한·양학 상호작용을 규명해 병용투여 근거를 획득했다. 또 세계 최초로 혀 입체정보 영상 측정장치를 개발하고, 전통의학 정보포털(OASIS)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번 역할과 책임(R&R) 재정립에서는 '한의학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건강한 삶에 공헌한다'는 내용을 핵심미션으로 세웠다.
상위역할도 같은 선상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맞춤의료 선도 인공지능(AI) 한의사 △만성·난치성 질환 극복 융합의학 △국민 체감 한약 새로운 가치 구현으로 설정했다.
가장 눈에 띄는 역할은 'AI 한의사 개발'이다. AI 한의사는 다양한 한의지식과 임상정보 빅데이터를 토대로 의료 현장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미래의학 선도를 목표로 하는 한의학연과는 가장 잘 어울리는 미래 과제다.
한의학연은 한의 처방 참조 데이터, 빅데이터 통합·활용 체계, AI 플랫폼 구축 등 3개 기술분야 연구를 함께 추진해 전체 AI 한의사를 구성할 방침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통합진단기술도 개발한다. 한의 AI를 기반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임상질환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어 헬스케어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할 계획이다.
난치성 질환에 활용할 수 있는 한방과 양방융합 치료기술 임상 프로토콜을 연구하고 이에 필요한 새로운 한약제제를 개발하는 등 한의학 치료범위를 확장하는 연구도 주요 역할로 추진한다. 국내에서 나는 본초자원을 활용해 전통 천연물 제품을 개발, 사업화를 지원하는 임무도 수행한다.
현재 81.5%에 이르는 출연금 비중은 오는 2021년 83%로 소폭 늘렸다가 2023년에는 다시 81.1%로 낮추는 방향으로 수익구조 포트폴리오 계획을 세웠다. 보건복지부 수탁과제가 전체 정부수탁 과제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지만 과제 이관이나 정책지정은 별도로 요청하지 않았다. 기초·핵심 연구는 출연금으로 진행하고 의료기기 개발이나 사업화 등 실용화 영역에서만 정부 수탁과제를 따서 진행할 계획이다.
김종열 원장은 “R&R을 성실히 이행해 4차 산업혁명과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는 변화와 혁신을 이루겠다”며 “연구자 중심 조직 운영 시스템도 지속적으로 확대·개편해 연구수행 효율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표> 한의학연 R&R 상위역할과 주요역할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