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김명준)은 국가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R&D)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주요 기관이다. 전전자교환기(TDX)를 국산화하고, 4메가 DRAM에 이어 CDMA 상용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대한민국이 통신강국으로 오르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곳이다. 지금도 5세대(G) 이동통신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다수 내놓고 있다.
새로운 역할과 책임(R&R)에도 이같은 역할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디지털 미래기술 개발로 인류가 직면한 시간·공간·지능·언어·감각·물리한계를 극복하고, 국가 지능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상위역할로는 △초지능 정보사회 기반 제공 △초연결 인프라 구현 △초실감 서비스 구현 △국가지능화 융합기술 개발 등을 내세웠다. 인공지능(AI), 통신, 다양한 실감 기술 등 첨단 기술을 모두 포함했다.
두뇌를 모사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 수준의 AI를 구현한다는 목표다. 스스로 학습하고 확장하는 복합 AI와 초고성능 지능형 컴퓨팅 인프라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양자컴퓨팅 기술과 지능형 디바이스 연구 및 사람과 교감하는 로봇지능 기술도 연구한다.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는 무선전송기술과 포토닉스 기술 및 해킹위협 차단 기술 등도 개발한다. 또 8K 초고해상도 기술, 초고압축 비디오·오디오 부호화 기술, 관련 전송기술, 각종 상호작용 기술을 개발해 더욱 실감나는 미디어를 구현할 계획이다. 초지능, 초연결, 초실감 기술을 융합한 지능화 솔루션 개발도 추진한다. ETRI는 이를 위해 현재 15개인 전문연구실을 향후 60개까지 늘리는 안을 R&R에 담았다.
최근에는 신임 원장 의지에 맞춰 상위역할에 '초성능' 관련 내용을 추가하기로 했다. 7월 중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R&R 내용을 일부 수정하면서 그에 맞는 조직개편을 단행할 계획이다.
ETRI의 출연금 비중은 전체 예산 15%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85%는 연구원이 외부 과제를 수탁해 충당하고 있다. 수입구조 포트폴리오 작업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다. 일단은 오는 2023년까지 출연금 비중을 59%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포트폴리오 로드맵을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은 방향만 정했을 뿐이다. 오는 2023년까지 정규직 인원을 7% 줄이는 등 일부 자구책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출연금 비중을 늘려나갈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김명준 원장은 “지금은 미래사회를 대비할 선도적 준비가 필요한 시점으로, 그동안 기술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제를 극복하고 신개념을 창출하는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며 “이것과 더해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디지털 전환을 위한 국가 지능화 연구에 매진해 우리나라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TRI 산하 국가보안기술연구소(소장 조현숙)는 기존 국가보안역량 강화 역할을 보다 구체화 하는 방향으로 R&R을 정립했다. 사명선언문에는 '어떤 위협도 막아낼 수 있는 신뢰받는 기술을 개발, 국가보안역량 강화에 기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상위역할은 △국가주요정보 보호 핵심 암호기술 개발 △사이버안보 체계 구축 위한 국가사이버보안기술 개발 △사이버인프라 보장 위한 취약점 분석 핵심기술 개발이다.
초연결·지능화 사회 전환에 대비해 새로운 국가용 암호논리, 양자기술을 활용한 양자키분배·암호시스템 분석기술을 개발한다. 또 이를 위성, 모바일 환경에 적용하는 핵심기반 기술을 구축한다. AI를 기반으로 기존에 불가능했던 사이버위협 탐지기술을 만들고, 맞춤형 분석대응 핵심기술 구현에도 나선다.
출연금 비중은 현재 80%로 높은 편이다. 수입구조 포트폴리오는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상태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