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투입한 코스닥벤처펀드 등 정부 주도 펀드로 인해 코스닥 시장에 교란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공모가 최상단을 돌파하며 대박 청약을 기록했던 바이오 종목을 중심으로 하락세는 더욱 커지는 추세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115개사 가운데 오스테오닉과 아이큐어 등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오스테오닉은 공모가 대비 45.8%, 아이큐어는 44.7% 낮은 주가로 거래를 마쳤다.
오스테오닉은 지난해 코스닥 상장 당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4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희망공모가 최상단인 7500원보다도 200원 비싼 77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공모 절차를 마무리하고 첫 거래를 개시한 2월 22일에는 공모가 대비 2배 높은 1만5400원으로 시초가를 형성한 후 1만3100원으로 첫 거래를 마감했다.
상승세는 길게 가지 못했다. 오스테오닉 주가는 상장 후 1개월 만에 공모가를 11.9% 웃도는 8620원까지 떨어졌다. 상승세는 1~2개월 남짓에 불과했다.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하다 이날 현재 4300원 수준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7월 상장한 바이오업체 아이큐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공모 절차 당시 아이큐어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6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밴드 최상단인 5만5000원을 훌쩍 뛰어넘는 6만5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아이큐어가 가장 높은 주가를 기록했던 것은 상장 당일이다. 상장 당일 6만6500원까지 상장한 이후에는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큐어 주가는 현재 3만4800원으로 공모가 대비 46.5% 이상 폭락했다.
지난해 이후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가운데 공모가 대비 40% 이상 하락 폭을 기록한 기업은 오스테오닉과 아이큐어, 나우아이비캐피탈, 네오펙트 4개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해 상장 기업의 주된 주가 부진 원인을 코스닥벤처펀드에서 찾고 있다. 실제 지난해 4월 출범한 코스닥벤처펀드 안팎으로 코스닥 기업의 전환사채(CB)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발행된 CB 규모는 약 4조원에 이른다.
상장 당시부터 기관투자가가 보유하고 있던 대규모 CB 물량이 공모 대박 등의 영향으로 연이어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A기업은 CB 투자가에게 신규 상장일 다음날 또는 발행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날 가운데 하루로 전환 기일을 확약했다. 이들 투자가의 전환가액은 4500원으로 공모가 7700원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CB 전환가액에 해당하는 수준까지 주가가 떨어진 셈이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업종은 코스닥 상장 이후 매출이 현실화된 이후에는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정부 주도 펀드 투입으로 인해 수급 교란이 일어나면서 정작 초기단계에서 투자한 벤처캐피털(VC)은 회수도 쉽사리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스닥벤처펀드의 공모주 시장 교란에 이어 스케일업펀드를 통한 CB물량까지 바이오 시장을 중심으로 투입되고 있다”면서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주가 희석 등 건전성 여부를 살펴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