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UAE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 5년 계약… 全주기 협력 성과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을 가장 먼저 확보했다. 이로써 바라카 원전 '설계-건설-운영지원-핵연료공급-정비'로 이어지는 전(全) 주기 사업을 확보하게 됐다. 당초 정부와 업계에서 예상했던 계약 범위와·규모보다는 축소됐지만, 2017년 협상 중단 위기를 극복하고 정비사업 핵심 역할을 맡은 것은 '팀코리아(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 의지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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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당시 UAE 원전 건설 현장 모습.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수력원자력·한전KPS 컨소시엄과 두산중공업이 UAE 원전 운영사인 나와에너지와 '원전 정비사업계약'을 각각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UAE 아부다비 바라카 지역에 건설되고 있는 한국형 APR 1400 원전 4기에 대한 유지보수와 고장 정비를 수행하는 것이다. 두 건 계약 기간은 각각 5년이며, 양사 합의에 따라 계약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앞서 우리나라는 2009년 12월 UAE와 바라카 원전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 10월 원전 운영지원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3월에는 장비설계지원계약 및 핵연료 공급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은 본부장급 이상 고위직을 나와에너지에 파견, 바라카 원전 정비계획 수립 등 의사결정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APR1400 원전 기술과 정비 경험을 바탕으로 UAE 원전 운영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는 각오다. 이와 함께 두산중공업은 원전 주기기와 증기발생기 등 정비를 중점 수행하기로 했다.

나와에너지는 당초 경쟁입찰을 통해 '장비정비계약(LTMA)'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UAE 정부가 자국 원전 규제에 따라 나와에너지에 정비를 포함한 원전 운영 책임을 모두 맡기면서 '장기정비서비스계약(LTMSA)' 방식으로 변경됐다. 나와가 원전 정비사업 주도권을 쥐고 각사와 개별계약을 맺는 형태로 바뀐 것으로, 우리나라 계약 규모가 기대보다 축소된 결정적 이유다.

한전KPS가 2015년 나와에너지와 원전 정비사업 협상을 개시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15년 이상 '단독 수주'가 유력했다. 그러나 양측 계약 요구조건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2017년 2월 단독 수의계약 협상이 종료됐다. 이후 나와에너지는 한국·미국(얼라이드파워)·영국(두산밥콕) 등 3개 국가 업체를 대상으로 국제경쟁입찰을 붙였고, 2017년 6월부터 팀코리아가 2년여 협상 끝에 LTMSA 방식으로 원전 정비사업권을 따낸 것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과거 15년 정비사업 수주를 기대한 건 단지 희망사항이었고, 이번 계약에 80% 이상 만족한다”면서도 “만약 UAE 원전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2015~2017년 사이에 정비사업 계약이 성사됐다면 우리가 100%를 일괄 수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5년 계약기간 이후에도 한국이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을 지속 주도할 것으로 자신했다. 다른 국가가 정비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판단이다. 그는 “일각에선 5년 뒤에 계약이 끝날 수 있지 않겠냐고 하는데, 오히려 UAE 측에서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정부가 추진하는 탈 원전 정책으로 인해 계약 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축소된 것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성 장관은 “나와에너지 측과 바라카 원전 정비 사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탈 원전 정책)을 언급한 적이 없다”면서 “나와에너지가 발표한 내용을 보더라도 정비 파트너 선정에 한국의 원전 정책은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성 장관은 “한국과 UAE 기업 간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 계약 체결을 계기로 양국 원전 업계가 제3국에 공동 진출하는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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