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한여름 빙과'처럼 녹아내리는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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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증거가 속속 나온다. 인간 활동의 결과가 주요 원인인가를 놓고 논쟁이 있다. 하지만 지구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명백한 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증거다.

로이터 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조슈아 모러 연구원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를 통해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가 금세기 들어 이전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히말라야 일대 빙하 표면이 1975~2000년 사이엔 해마다 22㎝씩 낮아지다 2000~2016년 기간엔 평균 43㎝씩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저고도의 빙하 표면은 5m나 낮아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위성의 1970년대 사진을 입수해 이를 3차원 사진으로 변환했다. 인도와 중국, 네팔, 부탄 등에 걸쳐 있는 2000㎞의 고산 지대를 촬영한 사진 분석해 650개 빙하 변화를 추적했다. 이를 통해 해마다 80억톤 빙하가 사라지고 있고 40년 간 빙하 총량의 최대 25%가 유실된 것으로 추정했다. 2000~2016년 사이 현지 기온이 이전 비교 기간 대비 평균 1℃ 높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는 기온 상승이 빙하 해빙의 주요 원인임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가디언은 알래스카대 페어뱅크스 캠퍼스 연구팀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북극 영구동토층이 애초 예상보다 70년이나 빨리 녹고 있다는 주장이다. 연구팀은 사람이 거주하는 곳으로부터 300㎞ 떨어진 영구동토층을 답사했다. 토빙이 녹아 함몰된 지형에 물이 고여 형성된 연못과 심지어 초목이 자란 지역도 발견됐다. 천년 이상 존재한 지하 거대 얼음층이 녹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해엔 그린랜드와 북부 해안 지역에 있는 빙하 일부가 녹았다. 지난 2만년간 단 한 차례도 녹지 않아 최후의 빙하로 불렸지만 맥없이 흘러내렸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돼도 가장 나중에 녹을 것으로 예상했다는 점에서 학계에 충격을 줬다.

빙하, 동토층 해빙은 큰 위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히말라야 빙하가 사라지면 당장 인근 국가 수자원 확보에 큰 차질을 초래한다. 인도와 파키스탄, 중국에 거주하는 8억 인구가 이 빙하를 수자원으로 사용한다. 수자원 저장고 역할을 하는 빙하가 줄면 향후 지역 하천 수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영구동토층이 사라지면 열을 가두는 다량의 가스가 방출될 수 있다. 이는 곧 지구온난화를 더 가속하는 요인이 된다. 이런 현상이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기상이변 등 어떤 형태의 위협으로 돌아올지 예상하기 힘들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불행하게도 이런 추세를 꺾을 뚜렷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 중 다양한 가스는 지구 밖으로 방출되는 복사 에너지를 파장별로 선택 흡수한다. 일부는 우주로, 일부는 지구 표면으로 돌려보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만약 온실가스가 없다면 지구의 평균 대기온도는 〃18℃ 정도에 머문다. 그러나 온실가스 농도가 적정 수준으로 넘어서면 지구 온도는 상승한다.

지구 바깥으로 방출되는 에너지를 가장 많이 흡수하는 기체는 수증기지만 배출량의 큰 변화가 없다. 그 다음으로 흡수를 많이 하는 기체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최근 400PPM을 상회했다. 빙하기가 끝나고 260ppm을 넘어섰고 1750년 산업화 이전까지만 해도 280ppm을 밑돈 것을 감안하면 충격적 수치다.

나인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환경복지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산업화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격히 늘면서 지구온난화를 가중한다는 것이 가장 주된 학설”이라면서 “온난화가 기후에 영향을 미치면서 다양한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이런 추세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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