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KT서 한 자릿수 번호 탈환...채널 번호전 격화

지난해 KT IPTV 채널에서 '30번'으로 밀려난 롯데홈쇼핑이 1년 만에 한 자릿수 번호를 탈환했다. 한 해 동안 절치부심 끝에 앞자리 번호를 차지하기 위한 공세에 나서면서 '4번'을 확보했다. 롯데홈쇼핑의 10번 이내 진입이 홈쇼핑 사업자의 연쇄 번호 이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KT를 비롯한 IPTV 업계는 송출수수료 수익 극대화를 위한 채널 등급 조정에 속속 나서고 있다. 유력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10번 이내로 끌어들이면서 연번으로 이어지는 홈쇼핑 채널의 '자릿세'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편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KT는 오는 12일 자사 IPTV 플랫폼에서 롯데홈쇼핑, 신세계쇼핑, K쇼핑, SK스토아 등 4개 홈쇼핑을 포함한 총 33개 채널 번호 변경을 단행한다.

지난해 6번에서 30번으로 이동하며 체면을 구긴 롯데홈쇼핑은 4번에 편성된다. 1년여 만에 지상파 옆자리로 복귀했다. KT가 이번 개편에서 tvN을 3번에 편성한 덕에 지상파(5번, SBS)와 예능·드라마 시청자를 홈쇼핑 방송으로 끌어들이는 재핑(채널 전환)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업계는 롯데홈쇼핑이 이번 개편에 최소 300억원 이상을 베팅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홈쇼핑은 이번 채널 개편에서 한 자릿수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면서 “지난해 4번을 확보한 SK스토아가 KT에 지불한 금액(송출수수료) 이상을 제시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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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당초 KT는 지난달에 채널 개편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롯데홈쇼핑이 적극 협상에 임하면서 일정이 지연돼 왔다. 채널수가 한정된 방송 특성상 한 사업자가 특정 번호에 편성되면 기존 사업자는 다른 번호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4번이던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사업자 SK스토아는 17번으로 자리를 옮긴다. 2번이던 신세계TV쇼핑은 20번 K쇼핑(KTH)과 자리를 맞바꾸게 됐다. 각 T커머스 사업자는 송출수수료, 인접 채널, 주요 시청자 연령층 등을 종합해 이번 채널 개편을 받아들였다.

홈쇼핑 업계는 KT의 tvN 채널 재편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 유료방송은 S·A·B·C 등급에 따라 송출수수료를 산정한다. KT는 tvN을 3번에 전진 배치하면서 그동안 'B급'으로 구분되던 4번을 단숨에 지상파(SBS)와 인기 예능·드라마 채널 사이 'A급'으로 격상시켰다.

KT는 SK브로드밴드가 지난해 12월 17번이던 tvN을 3번으로 이동시킨 것을 벤치마킹했다. 채널 가치를 높여 자릿세를 올리는 전략이다. 현재 홈쇼핑 사업자들과 송출수수료 협상에 들어간 LG유플러스 채널 개편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KT IPTV 4번에 편성되기 위한 송출수수료가 기존 대비 약 3배 높아질 것”이라면서 “전반적 TV 시청률은 하락세지만 올해 홈쇼핑 채널 경쟁은 뜨겁게 달아올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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