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세계 최초로 컴퓨터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초기의 인터넷이 일부 전문가만이 이해할 수 있던 전유물이었다면, 지금의 인터넷은 우리 모두의 공유물이며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됐다. 우리는 인터넷으로 문서를 보고,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물건을 사고 판다. 이렇듯 인터넷 세상은 우리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이런 인터넷이 지난 십여년 사이에 사물인터넷(IoT)으로 발전했다. IoT는 지금의 인터넷을 우리가 사는 물리공간으로 확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제 인터넷은 컴퓨터를 연결하는 것에 한발 더 나가 물리공간 상에 있는 모든 것을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거울이 '오늘 멋져 보여요'라고 말을 걸고 화분이 '저 목말라요. 물 좀 주세요'라고 소리치며, 심지어 공장의 기계가 '저 몸이 안 좋아요. 고쳐주세요'라고 한다. 이제는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세상이 됐고, 이를 통해 그동안 상상할 수 없었던 혁신적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올해 세계 IoT 시장은 전년 대비 15%가 성장한 833조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IoT이 개인 생활뿐만 산업과 사회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앞으로의 사물인터넷은 어떻게 발전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현재 사물인터넷 기술을 한번 살펴보자. 현재 IoT는 수많은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이로부터 얻어지는 데이터를 분석·예측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스마트 시티를 한 예로 살펴보면, 도시 내 각종 인프라와 사물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이로부터 만들어지는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수집한 후 도시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한다. 하지만 앞으로 도시 내 연결되는 사물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이들이 쏟아내는 데이터는 폭증하며, 이에 따른 복잡성은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이런 예측으로 미루어볼 때 사물이 쏟아내는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에서 처리하는 것은 네트워크 트래픽 문제, 실시간 처리의 한계, 보안과 프라이버시 문제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교통, 재난, 환경 등 도시의 문제들은 현재의 IoT 기술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전형적인 복잡계 문제들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IoT는 연결과 데이터에 초점이 맞춰진 현재의 기술에 초연결 자율지능이라고 하는 개념이 더해져 센싱-판단-대응이 사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예를 들어 도시 공간 내 스마트 센서가 화재를 감지하면, 다른 스마트 센서들과 서로 소통하면서 화재의 확산경로를 알아내고, 그 경로를 주변에 알리고, 이에 따라 가장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자율 소방차와 드론이 출동하고, 이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 화재를 진압하고 사람의 최적 대피로를 찾고 유도한다. 사물 자체가 지능을 갖고 자율적으로 연결되며, 이들이 실시간으로 통신하면서 협력해 인간 개입이 최소화된 형태로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실시간 서비스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앞으로 출현할 IoT를 자율형 IoT라고 한다. 자율형 IoT 기술은 그 자체로 존재하면서 발전한다기보다는 첨단센서, 5G통신, 로보틱스, 인공지능 등 다른 정보통신기술(IoT)과 융합하면서 새롭게 진화할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 정부도 자율형 IoT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인지해, 정부 주도의 자율형 IoT 기술개발과 확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런 기술개발이 전 사회로 확산될 때 비로소 우리가 이야기해 온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김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oT연구본부장 hyunkim@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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