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의 新영업之道]<24>새로운 영업의 길을 마무리하며 (2)인중직사형(人中直似衡)

모든 경기와 직에는 규정이 있고 그것을 책임지는 다양한 직무가 존재한다. 그러나, 운동 경기에 관중이 없다면, 연극에 관객이 없다면, 회사에 불편부당한 다수의 주주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정치에 국민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운동경기는 심판이 불순한 의도로 반칙을 눈 감아도 진행된다. 피해자가 된 팀은 항의하겠지만 결과를 바꾸진 못한다. 무대 위 배우는 에너지를 잃고 실수에도 둔감하게 될 것이다. 대주주 몇 명과 거수기 노릇하는 들러리 주주가 기업을 제멋대로 운영했던 과거의 구태를 끊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탐욕스런 정치꾼이 밀실야합과 사욕으로 국가를 재앙으로 몰고 갈 것이다.

법과 판관만으로 정의가 구현될 수 없다. 법이 중엄해도 권한을 위임받은 판관이 나태하거나 탐욕에 물들면 법도, 정의도 물 건너간다. 법과 판관 사이에 법 정신을 지켜주는 평형추가 필요하다. 운동 경기의 관중, 연극의 관객, 회사의 소액주주, 선거의 유권자가 바로 그 평형추이다.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즉 재물은 물과 같이 고르고 사람은 저울과 같이 곧아야 한다고 했다. 조선 후기 거상 가포(稼圃) 임상옥 선생의 좌우명이다. 영업 현장의 우리는 고르고 곧은가? 왜 그렇지 못할까?

영업 현장엔 경쟁하는 선수와 팀이 있을뿐 관중도 관객도 없다. 심판도 없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자신이 심판인 것을 잊고 이해 당사자란 것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먼저, 관중이 소리 질러야 한다. 비싸고 불친절하고 제품에 문제가 있어도 피하면 된다는 게 우리의 의식이다. 입주자 대표가 사익에 눈멀어 불법을 일삼아도 '한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할뿐 바로 잡으려 나서지 않는 것이 나 자신이다.

지나치게 비싼 그릇 가게에서 조용히 유리그릇을 산 뒤, 가게 앞에서 그릇을 깨는 것이 사무라이 정신이라고 얘기하는 일본인을 어이없어하는 것이 우리의 정서이다.

비싼 곳은 내가 안 가고, 불친절한 곳은 나만 피하고, 제품 질에 문제가 있는 것은 나는 안 사고, 잘못된 대표를 그저 방임하고 무시하는 사이 잘못은 퍼지고 확대 재생산됐다. SNS와 새로운 세대의 고발정신으로 잘못이 들춰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거래의 기본을 지탱하게 하는 힘은 잘못을 눈 감지 않는 관객에서 시작된다.

둘째, 당사자가 소리 질러여 한다. 임상옥 선생이 영업하던 220년 전, 내가 처음 영업을 시작했던 34년 전, 그리고 지금, 영업 현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시장지배력을 가진 몇 기업이 서로 돌아가며 나눠먹기식 담합을 하고, 절대적인 구매 권한을 가진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에 의한 줄 서기가 여전하다. 과도한 접대는 끊이지 않고, 뇌물은 여전히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다.

불법을 단절하기 위한 법은 강해지고 정부와 관련 기관의 의지는 단호해 보이지만 불법은 그대로다. 왜 그럴까.

B2C 또는 일반소매상과 달리, 경쟁자와 구매자만 관여하는 관객이 없는 영업 모델에선 당사자 외엔 불법을 알 수 없다.

영업 초기에 구매자와 판매사의 특별한(?) 관계에 의해 불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분개했던 때도 있었다.

청와대, 재벌사의 회장에게 편지를 보내려고 고민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의 벽을 인정하고 돌아섰다. 리더가 되었을 때는 직원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에는 나서지 말라고 얘기하는 정도였다. 용감하지 못했다. 우리만 그러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 220년 전 영업, 34년 전 영업에 머물게 했다는 죄책감을 가진다.

영업 현장의 부정과 불법을 당사자는 안다. 다른 영업기회에서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눈 감기도 한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젠 단절해야 한다. 영업현장의 잘못을 단절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영업당사자의 손에 있다.

잘못된 영업에 의해 파생되는 오물은 사회공동체를 망친다. 영업실적과 당사자의 문제에 머물지 않고 사회전체를 병들게 한다. 영업의 본질이 무너지고 시대의 가치관이 변질된다. 가치로 얘기하고, 가치를 위해 고민하고, 서로 당당하고 존중하는 사회의 시작은 바른 영업이다. 그것을 위한 법과 판관은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우리의 치부를 도려내는 칼은 관객과 영업당사자의 눈과 입이다.

이장석 한국영업혁신그룹(KSIG) 대표 js.aquina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