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중국 과학자로 인해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중국 선전 남방과기대의 허젠쿠이 박사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면역력을 갖도록 유전자를 교정한 쌍둥이 아기가 태어났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윤리 논란이 세계로 번졌다. 유전자 교정을 사람에게 적용한 첫 사례였다. 금단의 영역에 도전한 과학자의 시도를 놓고 우려가 쏟아졌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 허젠쿠이의 도전은 유전자 교정의 또 다른 이면을 드러냈다.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은 최근 허젠쿠이가 사용한 방법이 결과적으로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을 실었다.
허젠쿠이는 유전자 가위로 수정란에서 CCR5 유전자를 기능하지 못하게 했다. 이 유전자가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를 사람 세포 안으로 들여보내는 단백질 생성에 관여한다는 점에 착안, CCR5 기능을 제한해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만들었다. CCR5 유전자를 제거하면 CCR5-Δ32라는 천연변이 유전자가 생성되는데 이 변이가 AIDS를 유발하는 HIV 저항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이 있었다. CCR5-Δ32 유전자는 인플루엔자 등 다른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약화시켜 수명을 단축시켰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라스무스 닐슨 교수는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들어 있는 41만명의 유전자와 건강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CCR5 유전자의 돌연변이 한 쌍을 가진 사람들은 이 돌연변이를 1개만 가지고 있거나 혹은 없는 사람들보다 41세에서 78세 사이의 사망률이 21%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이번 분석 결과만으로 CCR5 유전자와 수명을 결정하는 주요 유전자라고 단언할 순 없다. 다른 유전자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선행 연구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공동연구자인 UC버클리의 에이프릴 메이 웨이의 박사는 “연구결과로 인간배아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것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강화됐다”면서 “하나의 유전자가 무조건 유익하다고 단정 짓기는 매우 어렵다. 설사 기술적 어려움과 윤리적 이슈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만에 하나라도 있을 악영향을 감안하면 함부로 유전자를 교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네이처를 통해 말했다.
유전자 교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부작용에 대한 경고는 꾸준히 따라왔다.
앞선 연구에선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DNA 교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해 영국 웰컴생어연구소는 유전자가위 활성으로 일어나는 염기서열의 결실, 삽입, 재배열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무작위적이고 대량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사용한 이후 쥐와 사람 세포 유전체에 일어난 염기서열 변화를 분석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DNA를 절단한다. 표적이 되는 디엔에이 염기서열 정보를 지니고서 그 지점을 찾아가는 가이드 RNA와 표적 지점을 정확하게 자르는 절단효소 '카스9(Cas9)' 복합체가 이 작용을 한다.
세포에서는 잘린 DNA 가닥을 복구하는 시스템이 가동된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법은 이때 특정 기능을 하는 염기 서열을 바꿀 때 쓰인다.
연구진이 쥐의 배아줄기세포와 조혈전구세포, 그리고 사람의 분화세포를 관찰했다. 그 결과 유전자 편집이 이전에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유전체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표적 지점에 일어나는 DNA 변이가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고 다른 기능을 하는 DNA 시퀀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