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높은 '주류 관련 고시 개정안' 행정예고에 주류업계가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주류 거래 질서 확립과 건전한 시장을 만든다는 데 동의하지만 개정안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두고 계산에 분주하다. 위스키 업계는 수십년간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던 리베이트가 짧은 행정 예고 기간동안 개선될 리 없다는 반응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주류 거래 과정에서 금품 등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주류 제조·수입업체 뿐 아니라 이를 받는 도소매업체도 함께 처벌받는 것을 골자로 한 '주류 관련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국세청은 이달 20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다음달 1일부터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주류 리베이트, 내구소비재, 접대비·광고선전비, 시음주, 주류 판매가격 결정기준, 쌍벌제, 고시위반 산정기준 등 그동안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한 것이 특징이다.
그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쌍벌제 도입이다. 금품 제공 규정을 위반한 경우 제공한 자와 받은 자를 동시에 처벌한다. 과거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근절을 위해 쌍벌제를 도입한 것과 마찬가지로 주류업계의 리베리트 관행을 뿌리뽑기 위한 의지 표현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변칙적인 접대비·광고선전비에 대한 규제가 마련됐다. 주류 유통업계의 불법 또는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제조원가 또는 구입가격 이하로 판매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위스키의 경우 시장 특성상 예외적·제한적으로 금품 제공을 허용했다. 다만 위스키 제조·수입업자는 △도매업자별로 위스키 공급가액의 1% 한도 △유흥음식업자별로 위스키 공급가액 3% 한도에서 금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개정안 발표 이전 최대 30~40%에 달하던 리베이트를 크게 줄였다. 나머지 소주와 맥주 등 주류의 금품 리베이트는 계속해서 전면 금지된다.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가는 혜택은 확대될 전망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하는 시음용 술의 물량한도는 120%로 확대하고 금액한도 기준은 폐지했다. 이에 따라 시음주 물량기준은 희석식소주 및 맥주 각각 3만6000병, 위스키 1800병, 그외 주류 1만8000병으로 확대됐다.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경품 한도도 높였다. 경품의 연간 총액한도를 주종별 과세표준·매출액의 1%에서 1.5%로 상향하고, 거래금액 한도는 5%에서 10%로 높였다.
또 도매업자가 소매업자에게 냉장고(내구 소비재)를 제공할 수 있는 한도를 신규사업자에서 기존사업자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하이트진로나 오비맥주, 롯데주류 등은 명확히 확인되는 개별 가격 5000원 이하 광고선전용 소액 소포품인 앞치마·오프너·컵 등에 한해서만 유흥음식업자(식당)에 제공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규정을 성실히 이행하겠지만 갑작스러운 강도높은 개정안 발표로 인해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