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들었던 펜을 책상에 다시 놓았다. 네이버 20번째 생일을 맞이해 간단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무슨 말을 담을까?
지난 20년간 도전을 통해 이룬 짜릿했던 성취와 혹독했던 성장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이 GIO가 네이버를 설립한 건 1999년 6월 2일이었다. 네이버컴이라는 아주 작은 회사였다. 삼성SDS 사내 벤처로 시작한 조직을 이끄는 그 역시 젊은 기업인 중 한명이었다.
20년 간 수많은 경험을 했다. 서치솔루션 인수부터 한게임 합병분할, 인공지능, 동영상,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 연구에 매진해 왔다. 성공한 사업도 있고 실패의 아픔도 맛봤다. 국정감사장에서 이슈메이커가 되기도 했다. 그가 어른이 될수록 수식하는 직급이 많아졌다. 회사도 점점 커졌다.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어느덧 회사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성년이 됐다.
다시 펜을 들어 써내려 갔다. 짧은 말이지만 고민을 거듭했다. 한 문장을 쓰고 또 한문장을 썼다. 완성됐다고 생각했을 때 마음에 들지 않는 단어를 발견했다. 수정테이프를 붙이고 '끊임없이'라는 말로 바꿨을 때 비로소 마음에 들었다.
“한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수많은 경험을 하듯 20년간 회사도 끊임없이 도전의 과정에서 자라왔습니다. 그동안의 짜릿했던 성취도 혹독했던 성장통도 모두 지금의 우리를 만든 자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첫 문장을 쓰자 다음부터는 손쉬웠다. 임직원 공이 있었기에 지금의 그가 있다는 확고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회사를 키워왔고 각자의 빛나는 날들을 아낌없이 함께 해준 여러분이 있었기에 스무 살이라는 멋진 숫자를 마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법 마음에 드는 문구였다. 그러고는 잠시 눈을 감았다. 앞으로 더욱더 성장하는 네이버를 그렸다. 지금껏 그래 왔듯 하루하루가 모여 네이버의 새로운 미래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는 그다.
“다가올 새로운 도전들 또한 우리 모두 잘 헤쳐나가리라 믿고 기대하며 그 여정에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9년 6월 3일 창업자 이해진 드림”
이 GIO는 녹색 봉투에 편지를 담았다. 그리고 이 편지는 네이버를 상징하는 날개 달린 모자와 함께 출근 전 전 직원 책상에 놓였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