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위원장 “근거 못대는 일감몰아주기, 계열사 지분 팔아야”

Photo Image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3일(목) 대한상공회의소회관에서 대기업집단 전문 경영인들과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앞줄 왼쪽부터) 주원식 KCC 부회장, 김규영 효성 사장, 신명호 부영 회장직무대행, 석태수 한진 부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준동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박근희 CJ 부회장, 이광우 LS 부회장, 이동호 현대백화점 부회장, 이원태 금호아시아나 부회장.(뒷줄 왼쪽부터) 박길연 하림 사장, 박상신 대림 대표이사, 김택중 OCI 사장, 유석진 코오롱 사장, 여민수 카카오 사장, 이강인 영풍 사장, 김대철 HDC 사장)
Photo Image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가운데)이 대기업 전문경영인과 간담회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석태수 한진그룹 부회장, 김 위원장,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중위권 대기업에 '일감 몰아주기 근절'과 '일감 개방'을 강력 주문했다. 총수 일가의 지분이 많은 비주력 계열사에 일감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시장·주주에 적극 설명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지분을 팔 것을 요구했다. 카카오가 제기한 '국내·해외 기업 간 역차별' 문제 해소에 대해선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을 앞세우면서도 공정위는 국적과 관계없이 기업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재계 11~34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가운데 한진, CJ, 카카오 등 15개 그룹 전문경영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대기업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핵심 역량이 훼손되고 혁신 성장 유인을 상실, 세계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면서 “지배 주주 일가가 비주력·비상장 회사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어 계열사 일감이 그 회사에 집중되는 경우 합리적 근거를 시장과 주주가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경쟁 입찰 확대 등으로 능력 있는 중소기업에 적극적으로 일감을 개방해 달라”고 당부했다.

간담회 이후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대 그룹에 '총수 일가는 비주력·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팔라'고 말한 것과 같은 의미”라고 설명했다. 합리적 근거를 댈 수 없는 내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면 총수 일가가 관련 지분을 매각해서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 공정위는 기준을 명확히 하고 예측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기업은 합리적 근거를 적극 설명해야 한다”면서 “두 가지 노력이 결부될 때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잦아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앞서 여민수 카카오 대표가 유일하게 발언, 눈길을 끌었다. 카카오는 벤처 출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최초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공정위 요청에 따라 여 대표가 15개 그룹을 대표해 발언에 나섰다. 여 대표는 “글로벌 기업은 역외 적용을 받지 않아 사업 구조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같은 서비스를 시작해도 규제가 국내 기업에만 적용된다”면서 “과거엔 필요한 규제가 정보기술(IT) 혁명으로 바뀐 상황에서도 적용돼 사업이 예기치 않게 막히는 경우 선례가 없다고 새로운 사업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IT 산업을 이해해 주고 전향적으로 헤아려 달라”고 이해를 부탁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서도 역차별 문제가 논의됐다고 설명하고 부처 간 협력을 바탕으로 해결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방통위가 역차별 이슈에 대해 적극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면서 “공정위는 직접 어딘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국적이나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기업이 동등한 경쟁 환경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와 방통위가 인식이 같은 부분도, 시각을 달리하는 부분도 있다”면서 “협업을 통해 좁혀 가는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