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유료방송 M&A의 사회적 가치와 혁신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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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추구하는 최상의 가치는 사회적 가치다. 2017년에 발의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에 따르면 사회적 가치는 인권, 안전, 환경, 사회 약자 배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상생 협력 등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다.

안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확대되고 고용불안과 양극화 등으로 국민의 삶의 질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고 사회통합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서 추구해야 할 핵심적 가치다.

현 정부가 추구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가 낡은 제도와 규제를 혁파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혁신 성장이다. 양대 가치는 정부는 물론 공공기관, 더 나아가 민간기업도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

IPTV를 운영하는 통신사가 케이블TV를 인수합병(M&A)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를 받고 있다. 심사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와 혁신 성장은 어떤 방식 및 기준으로 검토돼야 하는 것일까.

많은 전문가가 심사할 때 고려할 사회적 가치로 방송의 다양성, 케이블TV의 지역성, 고용 승계 등을 거론하고 있다. 혁신 성장 가치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유료방송의 경쟁력 강화, 플랫폼 대형화를 통한 콘텐츠 투자 확대, 케이블TV사업자의 퇴로 확보를 주문한다. 경쟁법과 규제법 관점에서 경쟁 제한성이 존재하는 것인지, 경쟁 제한성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효율성 증대 효과가 더 큰 것이지, 공익성과 공공성에의 영향은 어떤 것이지가 중요 요소다. 몇 가지 이슈를 구체화해서 살펴보자.

첫째 지역성 이슈다. 전국사업자 IPTV가 지역사업자 케이블TV를 M&A함으로써 지역채널 제공 의무 등 지역성 가치가 소홀하게 취급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수 이후에도 케이블TV는 별도의 법인으로 존립하고, 통신사는 M&A 이후에도 케이블TV 면허를 보유하기 때문에 방송법상 지역성 의무 이행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오히려 향후 IPTV에 대해서도 지역채널 제공이나 재송신 등 의무를 부과할 지 여부는 시간을 두고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둘째 통신 3사 중심의 방송통신 플랫폼 형성으로 방송의 다양성 감소와 경쟁 제한 효과에 대한 우려다. 경쟁 당국과 규제 당국의 엄정한 심사에 따라 결론이 내려지겠지만 유튜브, 넷플릭스 등 세계 거대 OTT 기업이 국내 미디어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미디어 사업자의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케이블TV 사업자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셋째 알뜰폰 이슈다. 국내 1위 알뜰폰 업체가 통신사의 계열사가 된다.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처럼 1위 알뜰폰 업체가 기존 이동통신사업자에 인수될 경우 알뜰폰을 통한 이통 소매 시장의 경쟁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그동안 정부의 도매 대가 인하 등 정책 지원을 통해 성장해 온 알뜰폰 시장의 경쟁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정부 입장에서는 알뜰폰 지원 정책과 유료방송 구조 개편 정책 가운데에서 선택을 요구받게 된 셈이다. 양자 가운데 우선 순위를 정하거나 양자를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이 미세먼지라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 제품을 개발, 시판하는 사례와 같이 사회적 가치를 달성하는 방법 가운데 상당수는 혁신 성장의 길과 맞닿아 있다.

방송과 통신에 있는 공공성, 공익성이라는 가치 역시 혁신 성장이라는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일련의 M&A가 이해관계자의 이익 균형이나 고차원 담론보다 최종 소비자를 염두에 두고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실제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사이버법센터 부소장 sleehls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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