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3일 15개 중견그룹 전문경영인에게 “경쟁 입찰 확대 등으로 능력 있는 중소기업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일감을 개방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5개 중견그룹 전문경영인과 가진 간담회에서 “일부 대기업 계열사가 일감을 독식하는 과정에서 관련 분야 독립 중소기업, 소상공인은 공정한 경쟁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후 지난 2년 동안 4대, 5대, 10대 그룹과 간담회를 열었다. 10대 미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과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리에는 석태수 한진 부회장, 박근희 CJ 부회장, 신명호 부영 회장직무대행, 이광우 LS 부회장, 박상신 대림 대표이사, 이동호 현대백화점 부회장, 김규영 효성 사장, 이강인 영풍 사장, 박길연 하림 사장, 이원태 금호아시아나 부회장, 유석진 코오롱 사장, 김택중 OCI 사장, 여민수 카카오 사장, 김대철 HDC 사장, 주원식 KCC 부회장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중소 협력업체가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도급 분야에서 공정한 거래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혁신 성장의 싹을 잘라 버리는 기술탈취 행위 근절을 위해 하도급법, 상생협력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을 포괄하는 입체적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는 처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돼 간담회에 참석한 카카오는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간 역차별 문제를 거론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는 토종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으로서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IT 부문에서 글로벌 기업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은 역외적용을 받지 않아 사업구조가 드러나지 않으니 같은 서비스를 오픈해도 국내 기업만 제도 적용을 받는다”면서 “기존 비즈니스와 부딪치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여 대표는 “IT 혁명으로 상황이 바뀌었는데 과거 산업에서 일정 부분 필요했던 규제 때문에 사업이 예기치 않게 막히는 경우가 있다”며 “선례가 없다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도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산업계가 4차 산업혁명으로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IT 산업을 이해해주고 전향적으로 헤아려달라.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