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약물 성범죄'나 대규모 피해를 동반하는 대형 산불을 과학기술로 예방, 예측하는 기술 연구개발(R&D) 사업을 처음 시행한다. 일상에서 쉽게 약물을 탐지할 수 있는 키트, 풍향과 풍속 등 기상 정보를 활용해 산불 확산을 예측하는 서비스시스템과, 터널 내 2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상황 정보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사업'을 23일부터 6월 6일까지 공고한다.
사업은 올해 처음 기획됐다. 올해 예산은 28억원이며 사업 과제는 4개다. 선정 과제는 향후 1~2년 간 기술개발 지원을 받는다. 연구성과는 과제를 제안한 부처·지자체를 중심으로 현장 적용한다.
음료나 술에 들어있는 약물을 검출하는 휴대용 키트 개발을 지원한다. 탐지 정확도가 높으면서도 단가는 낮은 키트를 제작한다. 과기정통부는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시간 기상정보와 상황 정보 전파 서비스를 적용한 산불 확산 예측 시스템도 개발한다. 현재 이용하는 확산 예측 시스템에는 풍향이나 풍속 등이 반영되지 않는다. 고도화한 서비스가 나오면 산불 예측, 대응이 더욱 정밀해 질 수 있다.
터널 내 돌발사고를 감지하고 위험 상황을 전파하는 기술 개발도 지원 대상이다. 터널은 밀폐 공간이므로 외부 사고보다 피해 정도가 크고 2차 피해 위험도 높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터널 내 사고를 감지하고 상황을 알린다면 사고 발생을 줄일 수 있다. 개발한 기술은 대구광역시에서 실증 예정이다.
화재나 열차 탈선 시 현장의 초동 대응을 위한 '사회재난 관리체계'도 개발한다. KTX 탈선과 고양 저유소 화재 등 최근 복합적인 사회재난이 발생함에 따라 현장 중심의 대응 체계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역의 위험요소를 분석하고 관리 역량을 진단해 지역의 재난 환경을 관리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최원호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수요 발굴부터 기술개발, 현장 적용까지 전 과정에서 관련 기관 협업을 강화해 해결이 시급한 재난·안전 문제를 과학기술로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