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 발전을 청정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효율이 높은 차세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만드는데 나노 기술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정현석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21일 쉐라톤 서울팔래스 강남호텔에서 열린 한국IT리더스포럼 5월 정기조찬회에서 '미세먼지시대 나노소재의 역할'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는 미세먼지는 먼지핵에 탄소화합물, 질산염, 황산염, 금속화합물 등 여러 오염물질이 엉켜있는 형태다.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요인 중 대표적인 것이 석탄화력 발전이다. 국내 석탄화력 발전 비율은 45.4%로 발전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는 이유다.
정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원 중 하나인 태양광 발전에 나노 기술을 접목해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차세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에너지 전환 효율과 전력 생산비, 제조 공정 효율성 등에서 장점이 있다.
그는 “실리콘 태양전지는 전력 1W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0.2달러 이하로 저렴한 대신 무게가 200W에 18㎏ 수준으로 무거워 운송과 설치비가 많이 든다”면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가벼워 설치와 운반이 용이하며 얇고 휘어지도록 만드는 것도 가능해 건물 외벽이나 유리창, 차량 지붕 등에 손쉽게 설치해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는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다.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가 2012년 세계 최초로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해 주목받았다. 7년 만에 실리콘 태양전지와 동일한 24% 효율을 달성해 상용화에도 다가섰다.
정 교수는 국내 최초로 유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자를 개발했다. 지난해 반복적인 휘어짐에도 효율이 떨어지지 않아 말거나 접을 수 있는 유연 페로브스카이트도 개발했다. 웨어러블 기기 등 많은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정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이 주축이 돼 프런티어에너지솔루션(FES)이라는 기술 벤처를 설립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발하고 세계 최고 효율을 기록하는 등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등 투자는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반면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창업한 옥스퍼드PV는 5000만유로 투자를 유치해 파일럿 공장에서 시제품을 생산하며 앞서나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