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ESS 대책…업계 "조기 가동 최우선 돼야"

"내달 발표만 기다리라고..." 업계, 중간 대책에 힘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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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초 한국전력 경산변전소 내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로 배터리 1개동(16㎡) 등이 불에 탔다. 이 지역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 중인 모습. <전자신문DB>

잇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말미암은 신규 발주 중단으로 생태계 고사 우려가 커지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중간 대책을 내놓았지만 업계는 실망감을 나타냈다.

산업부는 2일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및 안전관리 대책 추진현황과 계획'을 발표하고 진행되고 있는 실증 시험을 다음달 초 ESS 안전강화 방안 및 생태계 육성방안과 함께 내놓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60여차례 회의를 거쳐서 내놓은 결과지만 업계에서는 반년째 올스톱 상태인 생태계를 조기 복구하기 위한 실질 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BMW 차량 화재나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 원인조사에 5개월이 소요된 예를 들어 6월 발표를 기다려 달라는 것 외에 특별한 내용이 없다”면서 “일부 소비자가 피해를 본 갤럭시노트7이나 BMW 화재와 달리 ESS 산업 생태계 전체가 영향을 받는 만큼 인력을 두세 배로 늘려서라도 속도를 냈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가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은 신규 발주 중단에 따른 피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ESS 사용 전 검사 강화 방침을 밝히고 ESS 설치 기준을 개정, 사용 전 검사 항목에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고 원인 조사가 끝나기 전까진 개정이 이뤄지기 어렵다. 전기안전공사가 12월 이후 ESS에 대한 사용 전 검사를 내주지 않으면서 신규 설치된 ESS 설비는 0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ESS 발주는 물론 이미 설치된 ESS 가동과 잔금 지급 등이 모두 멈춘 상태다.

정부는 이날 “ESS 설치 기준 개정 이전이라도 신규 발주가 가능하도록 절차적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다중이용시설이 아닌 실외에 설치되는 ESS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사용 전 검사를 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필요하다면 개정안이 나올 때까지 충전잔량(SOC) 상한을 70% 낮춰 가동하는 조건 등을 적용할 수도 있다.

ESS 특례요금제도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기간 연장 결정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SS 특례요금제도는 2020년 일몰을 앞두고 있다. 태양광 발전 ESS에 주는 가중치도 최대치인 5.0에서 내년 4.0으로 하향 조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6월 가동이 재개된다고 해도 일몰 기간이 곧 당도해 경제성이 낮기 때문에 설치 유인이 줄어들고 급하게 진행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사업 중단 기간만큼 요금제 연장 등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설치한 ESS 사업장의 경우 특례요금 이월은 중소기업에 당장 금전적 혜택이 돌아올 수 없는 만큼 로직을 산정해 요금고지서에 반영해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가적인 산업 육성 방안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이미 업계는 지난해부터 중소기업 상생형 육성 제도 등을 정부에 제안한 상태다. 실무자 중심의 2기 조사위원회를 꾸려서 추후 화재 대책과 장기 산업 진흥 전략을 맡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REC 특례 기간을 늘리되 통상적인 가동 환경이 아닌 SOC를 줄여 가동하는 경우에 혜택을 줘서 화재 위험성을 줄이는 정책도 고려할 수 있다”면서 “ESS 화재를 '제로'로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산·학·연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정책을 재정비해서 신뢰성을 높이고 화재 가능성을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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