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벤처 투자 금액이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0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발표한 '2019년 1분기 벤처투자 동향'에 따르면 1분기 벤처투자액은 7453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377억원보다 16.9% 증가했다. 4년 연속 늘었으며, 역대 1분기 기록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투자 기업 당 평균 투자 금액도 18억1000억원으로 지난해 17억9000억원보다 증가했다. 협회는 정부가 벤처 활성화 정책을 적극 펼치고 벤처펀드가 활발하게 가동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업종별 투자 비중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생명공학 업종이 각각 25.2%, 22.1%로 높았다. 유통·서비스 업종도 1529억원이 투자되는 등 지난해보다 84% 급증했다.
반가운 일이다. 가뜩이나 움츠린 경제 상황에서 벤처 자금 풍년은 좋은 시그널이다. 대기업 주도 성장이 점차 한계에 이르면서 그나마 성장과 일자리 창출 여력이 있는 곳이 벤처와 중소기업이다. 벤처 주도로 새로운 경제 지형을 만들어 가야 하는 시점에서 막대한 벤처 투자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불던 벤처 열풍까지는 아니지만 새로운 벤처 붐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투자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성 투자는 생태계를 위한 씨앗일 뿐이다. 벤처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자생적 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벤처는 흔히 '창업→투자→성장→회수·재투자' 성장 단계를 거친다. 불행하게도 과거 경험에 비쳐볼 때 국내는 창업과 투자 단계에 지나친 쏠림 현상이 강했다. 성장에서 회수·재투자 단계로 넘어가야 건전한 생태계가 만들어지지만 정작 중요한 마지막 단계가 크게 미흡했다. 과감한 벤처 투자로 불씨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회수와 재투자 역시 생태계를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벤처 투자에 만족하지 말고 투자한 회사가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 이후 성공적인 회수 과정을 거쳐 다시 벤처 시장에 자금이 흘러가는 구조까지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투자는 벤처 생태계를 위한 첫걸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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