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고위공직자수사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 법안을 26일 오후 9시 20분께 신속처리지정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1시간만에 지정이 불발되며 산회했다.
여야는 선거제와 공수처 등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이틀째 고성과 몸싸움을 반복하며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3당은 당초 이날 오후 8시 국회 본청 220호실에서 사개특위 전체회의를 개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회의장 봉쇄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로 장소를 옮겨 회의를 개의했다. 장소가 바뀐 것을 알고 회의에 참석한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가 무효라고 항의했다.
이날 회의는 패스트트랙 지정에 필요한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 의결정족수에 미달했다. 법안이 패스트트랙을 타려면 18명인 사개특위에서 재적 위원 5분의 3인 11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사개특위는 민주당 8명, 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바른미래당 두 의원 중 한 명만 반대표를 던져도 패스트트랙 지정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바른미래당은 전날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는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각각 채이배·임재훈 의원으로 교체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제 사보임 자체가 불법”이라며 “이 회의가 무효인데, 어떻게 사법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공식 발언권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도 참석해 회의를 지켜봤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오늘 회의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왔으나 양당의 충돌과 대립, 갈등을 보면서 원만한 회의가 진행되지 못할 것 같다”며 “심히 유감을 표하고 오늘 자리에서 나가겠다”며 자리를 떴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역시 “회의장에 진입하려 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드러누워 입장을 저지해 집으로 돌아간다”고 밝혀 의결정족수에 미달했다.
이날 회의는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속에 끝났다. 한국당 의원들은 △오신환·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사보임 무효 △사개특위에 회부된 의안번호 문제 △한국당 통보되지 않은 회의를 문제삼았다.
정태옥 한국당 의원은 “이 회의를 계속 진행하는 것은 의미 없는 것”이라며 “회의를 무효로 하시고 새롭게 회의를 잡는게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의안번호를 문제삼는데 한국당이 의사국에 난입해 이 사태가 일어난 것”이라며 “법안이 들어오는데 어떻게 탈취하냐. 그 법안을 들고 흔들고 다니는 곽상도 의원 동영상이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여야가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격한 공방속에 산회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