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대리점 10개 중 4곳은 공급업자(본사)의 횡포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목표 강제', '적은 수수료 지급'이 주요 원인이다.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 했을 때 불이익을 받았다고 답한 대리점은 53.2%에 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6월까지 통신 업종 표준계약서를 제정·보급한다. 수수료 문제 등 불공정 행위가 많이 지적된 부문은 직접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공정위는 통신, 의류, 식음료 등 3개 업종을 대상으로 서울시·경기도·경상남도와 함께 대리점거래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28일 공개했다. 공정위가 특정 업종을 선정해 대리점거래 현황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통신 업종(이동통신, IPTV, 유선전화, 인터넷전화 등)에서 30개 공급업자, 1만4543개 대리점을 대상으로 실태를 점검했다.
통신 대리점의 40.2%는 불공정거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대리점 41.4%는 공급업자로부터 판매목표를 설정 받은 경험이 있으며, 공급업자가 판매목표를 “강제했다”는 응답도 22.0%에 달했다.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 했을 때 불이익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53.2%였다.
통신 대리점의 12.2%는 수수료 내역이 정확히 공개되지 않아 수수료가 적게 지급되는 등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공급업자가 개인정보 포함 등을 이유로 제한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이유로 수수료 내역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탁판매 비중이 큰 통신·의류 업종은 '판매목표 강제' 응답이 많았다”면서 “재판매 비중이 큰 식음료는 반품 관련 불이익 제공 등 응답이 많았다”고 말했다.
통신 업종의 전속거래 비율은 66.8%에 달했다. 실제로는 이보다 비율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휴대폰, IPTV 등 동일 계열사의 다른 서비스를 함께 취급해 비전속거래로 응답한 경우도 상당수 존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리점이 이동통신은 SK텔레콤, 인터넷·IPTV는 SK브로드밴드과 각각 거래할 때 비전속거래로 응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통신 대리점의 62.5%는 연간 매출액 규모가 3억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연간 매출 10억원 이상인 대형 대리점 비율은 11.1%였다. 통신 대리점의 '2년 미만의 단기 거래비율'(26.7%)은 의류(3.2%), 식음료(2.0%)에 비해 높았다. 대리점 개설시 지원이 다른 업종보다 많아 쉽게 개설·폐업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용호 공정위 대리점거래과장은 “주요 이동통신업종 공급업자는 대리점 개설시 인테리어 비용을 최소 50%에서 100%까지 지원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통신 업종 표준계약서를 만들기로 했다. 기존 표준계약서가 있는 식음료·의류 업종은 개정을 추진한다. 또한 업종별 응답이 많은 불공정행위에 대해선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한 과장은 “통신은 수수료 정산 문제로 다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한 표준계약서를 제정하고, 주요 불공정행위에 대해선 직접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