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송금 애플리케이션(앱) '토스'를 운영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가 국내 최초로 모바일 전용 증권사를 설립한다. 핵심 전산 시스템을 클라우드에 구축, 기존 증권사가 선보이지 못한 혁신 서비스로 신규 증권업 인가 획득에 승부를 건다. 금융클라우드에 개인신용정보 취급이 허용된 이후 금융권에서 처음 이뤄지는 시도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는 증권사 신규 인가 획득을 위한 물적 설비 마련 절차에 착수했다. PC 기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오프라인 지점 없이 모바일 환경에서 비대면 계좌 개설부터 거래까지 가능한 모바일 전용 증권사를 구상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협력업체와 컨설팅을 통해 그동안 세상에 없던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에 관해 고민하고 있다”면서 “증권업 인가 획득을 위해 필요한 물적 설비 등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점 없이 오직 이동통신 환경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온리' 전략은 이보다 앞서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과정에서 선보인 전략이다. 간편송금 앱 토스 가입자 수가 약 1100만명에 이르는 데다 비대면 계좌 개설 등 금융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모바일 특화 증권사로 승부를 본다는 판단이다.
토스증권은 전산 시스템 전체를 클라우드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전산 시스템 전체를 클라우드로 제공하는 사례는 아직 없다. 지난 1월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으로 금융권도 개인신용정보와 고유식별정보를 클라우드에서도 취급할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진 조치다. 금융 당국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클라우드 환경을 채택한다는 방침이다.
금융클라우드는 코스콤과 공동으로 추진한다.
특히 조회 서비스를 위한 정보 스크래핑 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 수집, 가공, 분석 등은 토스의 강점이다. 여타 금융사 대비 간소한 토스의 기존 서비스와 클라우드 전면 도입이 결합할 경우 기존 증권사와는 다른 신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타 금융사와 달리 레거시 시스템이 없는 신설 법인 특성 상 클라우드 전면 도입은 충분히 선택 가능한 방향”이라면서 “금융클라우드 확산이라는 정책 목적에도 부합하는 만큼 데이터 기반 신규 서비스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회사 측은 증권업 인가 신청 시기에 대해서는 명확한 시점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보다는 증권업 진출이 회사의 최우선 과제로 급부상했다는 관측이 업계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 여부가 결정되는 5~6월 안팎으로 인가 신청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현재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증권 인력 확충을 진행하고 있다. 토스증권의 수장을 맡을 최고경영자(CEO)뿐만 아니라 회계, 정보기술(IT), 데이터 및 플랫폼 등 13개 분야에서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반면에 은행 업무 관련 신규 채용은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위해서는 금융 주력자 여부 등이 명확해야 하지만 신한은행 이탈 등으로 금융 당국 내부에서 의구심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반면에 핀테크 기업의 증권업 신규 진입에는 호의를 보이고 있는 만큼 증권사 설립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보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실시한 증권업 경쟁도 평가에서도 핀테크 기업의 진입 수요를 고려해 증권업 진입 규제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정책 제언이 나오는 등 토스증권에 우호적 환경이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증권업 진출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면서 “구체적 사안에는 아직 답변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