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았다. 창당 1년 2개월여 만에 당이 쪼개질 상황에 처한 것이다.
비단 선거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 때문만은 아니다.
손학규 대표와 3명의 최고위원 사이에서 벌어진 거취 논란도, 당의 간판인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의 도피성 독일 유학도,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방관했기 때문도 아니다.
지난해 지방선거와 올해 보궐선거 참패가 가장 큰 이유다.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참패했다면 바른미래당은 존재감조차 없었다.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민심의 싸늘함을 느꼈다면 바른미래당은 좌절을 겪었다.
바른미래당은 올해 보궐선거 당시 손 대표가 살다시피 한 경남 창원성산에선 4등을 했다. 3.57% 득표율에 그쳤다.
당연히 손 대표 리더십에 의문 부호가 달렸다.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갈등이 고개를 들었다. 여기에 김관영 원내대표가 한국당을 제외한 4당과 선거법, 공수처법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안철수의 '새정치'와 유승민의 '혁신보수'가 의기투합한 게 지난해 2월이다. 그때까진 좋았다. 지방선거에는 당의 간판인 안철수를 내보내 민주당과 한국당의 아성을 뛰어넘으려 했다. 결과적으로 안 후보는 박원순 서울시장은커녕 한국당 김문수 후보보다 낮은 지지에 머물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당의 경제 실정(失政)에도 이탈한 진보진영 표는 정의당, 보수진영 표는 한국당에 각각 쏠린다. 민주평화당같이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지도 않다.
진보와 보수, 노동자와 기업, 각 지역 어디에서도 1등이 아니다. 21대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당은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강력한 리더십과 정체성 재정립을 통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영화 '올드보이'의 명대사를 인용해 바른미래당에 묻는다. '누구냐, 넌?'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