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조7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확정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연속, 이전 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5년 연속 추경이다. 미세먼지 대응에서 촉발된 추경은 산불 등 국민안전, 선제적 경기대응, 민생경제 긴급지원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문제는 '효과'다.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으로 판단, 긴급자금 투입에 나섰지만 눈에 띄는 사업이 적다. 경기대응에 투입하는 4조5000억원은 국제통화기금(IMF) 권고의 절반 수준이라 실효성이 의심된다. 여야 대립이 극심한 국회가 정부 바람대로 5월 내 추경안을 처리할지도 불투명하다.
◇성장률 0.1%P 견인?…만만치 않을 듯
정부는 이번 추경이 성장률 0.1%포인트(P) 견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바탕으로 당초 목표(2.6~2.7%)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도 추경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지금 상황으로는 한국은행이 최근 하향조정한 성장률 전망(2.5%) 혹은 이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만 해서 2.6% 성장률이 달성되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추경과 함께 정부가 의도했던 정책, 또는 그를 넘어서 추가적 보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추경 효과도 낙관하기 어렵다. 정부는 무역금융 확충 등 수출 지원, 벤처 창업·성장 지원, 관광 활성화, 신산업 육성, 위기·재난지역 지원 등에 고루 돈을 푼다. 그러나 재원 절대규모가 적다는 지적이다.
추경 총 6조7000억원 중 경기대응, 민생경제 긴급지원에 투입되는 재원은 4조5000억원이다. IMF 권고 수준(9조원)의 절반이다. 역대 추경과 비교해도 총 규모(6조7000억원)는 최근 10년 사이 편성한 것 가운데 2018년(3조8000억원)을 제외하고 가장 적은 수준이다.
홍 부총리는 “2016년, 2017년 추경 규모는 11조원 전후지만 절반은 채무상환과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명목이었고 순수 사업에 할당된 금액은 5조~6조원이었다”면서 “이번 6조7000억원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5월 국회 처리, 장담 못 해…미세먼지 사업은 “특별한 게 없네”
추경의 또 다른 리스크는 국회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추경안을 25일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가 심의를 거쳐 5월 중에는 처리할 것이란 기대다.
홍 부총리는 “추경은 언제나 집행 '타이밍'과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가 정부 바람대로 추경안을 빨리 처리할지 미지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경기대응 추경이 '총선용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고, 재난추경과 분리할 것을 주장해왔다. 여기에 패스트트랙 갈등이 확대되면서 정부·여당으로선 추경 관련 자유한국당 협조를 구하기 쉽지 않게 됐다.
추경안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 올해 성장률에 기여하는 효과도 줄어든다.
이호승 기재부 1차관은 “0.1%P 성장률 견인은 추경이 5월부터 집행됐을 때로 가정한 것으로, 집행이 늦어지면 올해 얻는 효과는 그만큼 줄어든다”며 “추경 효과는 집행부터 4개 분기에 걸쳐 나타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추경 사업은 '긴급재정'을 투입하는 것 치고 눈에 띄는 게 적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추경안에 담은 주요 사업은 노후경유차 조기폐차 지원, 저녹스 보일러 보급 등으로 대부분 올해 본예산에 이미 반영한 것을 확대하는 수준에 그쳤다. 정부가 꼽은 이색사업은 경찰버스 전기공급장치 설치 지원, 선박 육상전력공급설비 설치 지원 정도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추경에선 획기적 사업보다는 연내 집행 가능성을 최대한 본다”면서 “미세먼지 사업은 관련 법 통과로 규제가 강화된 데 따른 수요 증가를 감안해 올해 집행할 수 있는 것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표>최근 10년간 추경 편성 현황(자료:기획재정부, 단위:조원)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