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베를린 에너지전환 회의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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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부터 이틀 동안 열린 '제5회 베를린 에너지전환 회의'는 전 세계 45명의 장·차관급 인사와 전문가 2000여명이 참석, 각국의 에너지 전환 실태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행사를 공동 주관한 독일 외무장관과 경제에너지장관은 현재 40%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50년까지 100%로 끌어올리면서 재생에너지 선도 국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로 바꿔 나가는 교통 전환도 강조했다. 여유 재생에너지를 수소나 메탄가스로 바꾸는 연합수소 전략도 제시했다. 그리고 실시간 에너지 시장, 디지털 전환, 유연 발전원, 에너지 프로슈머 확대를 추세로 꼽았다.

이라크 전기장관은 에너지 자원 개발 투자를 호소했다. 국가 재건이 필요해서 대외 개방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가 최근 불안정하긴 하지만 세계 경기 침체를 원인으로 봤다. 세르비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세르비아가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다른 공급원이 없어 정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에너지원의 다양성과 보급처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포르투갈 에너지장관은 수력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57%를 발전, 원유와 가스로부터 정치 상황이 독립했다고 자평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 부국장은 재생에너지 최다 생산·소비 국가로서 파리기후변화의정서를 충실히 지킬 것을 재차 확인시켰다. 중국은 남부, 북부, 서부에서 재생에너지로 발전해 인구 밀집 지역인 동부로 수천㎞를 가져오는 것을 어려움으로 소개했다. 석탄발전을 비롯해 화석연료 감축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태양광발전은 일부 지역에서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 정부보조금이 불필요해졌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은 현재 27%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50년에 79%로 키우는 전략을 제시했다. 중국이 유럽에서 친환경 에너지 전환 국가로 인정받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석탄발전으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를 경고했다. 현재 세계 전력의 38%가 석탄에서 나오고 재생에너지는 26%이지만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7%밖에 안 된다.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 인도는 석탄발전을 줄여가고 있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이 늘려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사무총장은 지난해 세계 신규 전력 용량 증설의 84%가 태양광과 풍력발전에서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2016년에 전체 에너지에서 17%인 재생에너지 비중이 2050년에는 66%가 돼야 한다고 한다. 재생에너지 투자가 6배로 늘면 가능하다. 그러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2.54% 증가하고 고용은 0.16% 증가한다.

화석연료에 부과되는 탄소세도 논의됐다. 매년 조금씩 부담을 늘려 나가는 방안이 공감을 얻었다. 탄소세는 전기차나 재생에너지 정부보조금에 사용된다. 미래 도시 교통의 경제성 향상, 저탄소화, 교통정체 해소도 에너지 전환의 한 축으로 주목받았다. 이동을 최소화하는 도시 설계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관건이다. 카셰어링이 본격화되면 차 소유가 84% 줄 것이라 한다. 자동차 제조업계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이번 베를린 회의 시사점은 재생에너지·탈석탄 추세가 강화됐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자급하겠다는 국가가 캐나다, 독일, 뉴질랜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덴마크 등으로 늘고 있다. 또 재생에너지로 전기뿐만 아니라 냉난방, 산업, 교통에서도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추세다. 에너지 효율 개선, 수요 관리도 에너지 전환의 주요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에너지는 정치이고 경제이며 안보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기술 및 산업을 배경으로 아프리카, 중동, 동유럽 국가에 다양한 원조와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도 2018년에 3조원 넘게 공공개발원조(ODA)를 제공했다. 그 가운데 일부를 재생에너지로 할 필요가 있다. 국내 에너지 산업 수요도 창출하고 해외 실증도 하면서 저개발국에 청정에너지를 보급하는 에너지 외교를 추진하자.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ctrim@ketep.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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