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 아이콘 'JB금융지주'가 흔들린다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취임 후 핀테크 기반 디지털 사업이 와해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금융결제 혁신 인프라 방안과도 정면 배치되는 행보다. 수장 교체로 새로운 색깔을 내기 위한 전략 변화라고는 하지만 내외부에서는 그동안 쌓아온 디지털 혁신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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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금융그룹은 지난달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센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머니2020 아시아에서 오픈뱅킹 플랫폼 오뱅크(Obank)를 주제로 부스를 차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지주가 수출까지 추진 중인 오픈뱅킹 플랫폼 '오뱅크' 부서가 해체됐다. 3년간 사업을 맡아왔던 인력도 줄줄이 이탈했다. 연내 인도네시아 대표 상업은행CIMB에 오픈뱅킹을 이식하려던 계획도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했다.

대형 은행보다 대면 채널이 적은 지방은행은 최근 디지털 채널 강화에 돌입했다. 하지만 JB금융지주는 오히려 디지털 채널을 줄이고 은행 전통 수익원 '예대마진' 증대를 최우선 경영과제로 삼았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 첫 행보는 오픈뱅킹 사업 전담 부서인 미래전략부 해체다. 디지털본부 산하 IT부서가 디지털부와 통합되는 과정에서 IT개발 인력도 감축했다. 조직 개편으로 오뱅크 사업을 담당했던 10명 내외 핵심 인력이 부서를 떠나게 된 것이다.

JB금융 오픈뱅킹 플랫폼 '오뱅크'는 금융 시스템 기능을 각각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로 제공한다. 비금융업자도 해당 플랫폼으로 데이터를 공유하며 다양한 사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대표 상업은행 CIMB와 협약 건도 불투명해졌다. 당초 JB금융지주는 연내 CIMB에서 오픈뱅킹 플랫폼을 론칭할 예정이었다. 현지 법인 설립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이번 사업은 인도네시아 금융 감독당국과도 계약이 체결돼 있다. 만약 당초 계획이 이행되지 않으면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금융 통상 문제까지 비화될 수 있는 사안이다.

그간 JB금융지주는 지방 금융지주 중 가장 빠르게 오픈API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디지털 전략이야말로 거대 시중은행과 겨룰 수 있는 역전 카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핀테크 전도사'로 알려진 김한 회장은 광주은행과 전북은행 투 트랙으로 오픈뱅킹 플랫폼 전략을 구사했다. 지주 차원에서는 2016년 인수한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B)에 구축한 오픈뱅킹 플랫폼으로 현지 비금융기업과 제휴를 맺었다.

사실상 3년간 추진하던 사업이 멈췄다.

지주 측은 디지털 전략 재검토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JB금융지주 관계자는 “IT부서와 해외사업부에서 사업을 담당할 예정이며 인력도 새로 충원할 것”이라면서도 “인도네시아 CIMB 협업 건은 아직 검토 중이며 구체적 로드맵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 김 회장이 예대마진에 중점을 두면서 '오뱅크'는 사실상 접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 회장의 작품인 데다 단기간에 수익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당 팀에 몸 담았던 관계자들은 “김 회장이 취임하면서 '디지털 대신 예대마진에 중점을 맞추자'고 공식 발표했다”면서 “아직 팀을 없앨지 여부를 가닥을 못 잡았지만 결국 사업을 접는 쪽으로 결론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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