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07>과학기술 대중화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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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너무 어려워요.” 어린이들의 과학을 보는 눈이 닫히고 있다.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2019 대한민국 과학축제'를 비롯해 168개 행사를 개최하고 과학기술 연구개발(R&D)에 20조원이 넘는 정부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과학기술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과학기술 대중화가 구호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한 과학기술의 현재 모습은 대중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5500만광년 떨어진 블랙홀의 실체를 증명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검증됐다는 학문상의 의미도 크지만 과학이 천체의 비밀 일부를 벗겨냈다는 쾌거도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블랙홀을 이해하는 일반인은 많지 않다. 전문가만의 축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고속 무선 이동통신 5G, 인체의 신비를 파헤친 DNA 유전자 지도,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인공 신경망 기반의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기술을 이해하기에 대중은 너무 멀리 있다. 언론도 수십억원의 주식 투자가 공인 자격인지에 대해서는 연일 보도하지만 블랙홀 발견은 구석에 방치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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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과학기술 저변 확대를 위해 일반 대중과 청소년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미국도 지역마다 과학박물관을 설치하고 교육과 실험 마당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부만이 아니라 기업이 앞장서서 과학 대중화에 합세하는 것도 예사 행보는 아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로켓 발사를 대서특필하는 언론과 환호하는 대중이 그들의 힘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 이후 과학기술을 기치로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이뤄 왔다. 쌓은 기술이 없던 초기에는 선진 기술을 무작정 베껴서라도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냈다. 조선·자동차·철강·반도체 산업이 경제에 기여할 수 있게 된 이유다.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면서 원천 기술 확보로 일등 면모를 유지하고 신산업을 견인한 것도 역시 과학기술 전문가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대중화 실패로 전문가가 감소한다는 사실이 우려를 낳고 있다.

청소년이 과학기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각 시·도에 과학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과학관과 수련원을 대폭 확장하고 초·중·고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를 구비해야 한다. 단발성 이벤트보다 청소년들이 언제나 과학기술의 실체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 영재교육도 활성화해야 한다. 미래 첨단 기술인 바이오, 소프트웨어(SW), AI, 우주 탐험 등을 지속 발전시키려면 과학기술 기반이 튼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언론인 등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 지도층에게 과학기술 지식을 요구하고, 과학기술에 문외한인 정치인의 판단으로 미래 투자를 결정하게 하는 오류는 피해야 한다. 언론이 과학기술 동향과 추세를 적극 홍보, 과학기술이 삶의 중심이 되는 사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국민이 식상해 하는 정치에 몰두해서 매일 쳇바퀴 도는 언론보다는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과학기술을 대중이 이해하도록 앞장서는 모습을 보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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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자 책임도 외면할 수 없다. 우리만 아는 공식에서 벗어나 일반 대중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과학기술 대중화의 출발점이다. 초등학생에게 과학을 설명하고, 기술을 함께 논하는 대학교수의 모습이 일반화되지 않으면 대중화는 요원하다. 과학기술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 우리나라가 지속 성장하는 데 지름길임은 자명하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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