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랜만에 지역 기업인 모임에 참석했다. 모임에 참석한 기업인 대부분이 어려운 경제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자동차부품을 제조한다는 부산 소재의 한 기업인은 “2년 동안 29.1%나 최저임금이 인상됐는데 '최저임금도 주지 못할 거면 기업하지 마라' '사장이 돈을 다 가져가고 직원은 임금 안 주려는 거 아니냐'라는 일각의 조롱을 들으면 열심히 살아온 한평생이 부정되는 것 같다”며 말을 하는데 어찌나 공감되는지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정부나 정치권, 언론에선 연일 일자리가 없다고 말하지만 현장의 중소기업은 근로자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직원을 구한다는 공고를 올려놓으면 문의 전화 가운데 열에 아홉이 실업 급여를 타기 위해 면접 실적을 챙기려는 가짜 구직자다.
급여를 올려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이 올라 도심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되는데 몇 푼 더 받겠다고 왜 지방에까지 내려가서 궂은일을 하겠냐고 한다. 개인이 겪은 사례를 너무 일반화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현장 상황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직원 구하기 어려운 현장 중소기업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지한다. 이들은 지방에까지 내려와서 사람을 구하지 못해 존폐 위기에 처해 있는 뿌리산업 등 중소제조업체의 명맥을 잇게 해 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고마운 마음과는 별개로 외국인 근로자 지원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외국인 근로자에게 왜 내국인 근로자와 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최저임금은 생계비, 노동생산성 등을 고려해서 결정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생계비는 외국인 근로자 가족들이 살고 있는 본국 기준을 고려해서 산정하는 것이 논리가 맞지 않겠는가.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우리나라 대비 30분의 1에서 15분의 1 수준이다. 게다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월 40만원에 이르는 숙식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때에 따라 내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때보다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노동생산성도 문제다.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은 내국인 근로자의 87.4% 수준이다. 당장 의사소통이 어렵고, 문화 차이도 크다. 월평균 급여가 내국인의 95.6% 수준임을 감안할 때 기업주는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임금 수준을 부담하는 셈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선발 및 도입 과정도 문제가 있다. 기업이 직원을 채용할 때 관련 경력이나 병력, 장애 여부 등 꼭 필요한 사항은 확인할 수 있어야 하지만 지금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때 기업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국가·성별·나이·키·몸무게가 전부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이름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종교를 유추할 수 있다며 이름까지 비공개로 변경시켰다. 상황이 이러한데 외국인 근로자에게 내국인 근로자와 똑같은 임금을 주는 것은 합리로 보기 어렵다.
만약 최저임금이 지금과 같이 급하게 인상되지 않았다면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이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일은 이미 벌어졌고, 현장 중소기업은 어려워졌다.
외국인 근로자 지원제도에 대해 규정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 취지에는 '외국인 근로자를 체계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인력 수급을 원활히 해 중소기업 등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도모한다'고 규정됐다.
'중소기업 지원'이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 오는 목적이고 의미라는 것이다. 기업이 없으면 고용도 없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 개선 합리화를 통해 향후 기업 성장이 고용으로 이어지고, 외국인을 포함한 근로자의 고용 여건 향상까지 선순환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평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grace315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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