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칸 라이언즈 이노베이션 부문 심사위원장이었던 토르 마이런(Tor Myhren)이 시상식 무대에서 이야기한 말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그래 좋은 아이디어(켐페인, 제품)(이)야, 그런데 혁신은?"
("Yes, that’s the great idea, but what is the innovation?,
Yes, that’s the great campaign, but what is the innovation?,
Yes, that’s the cool product, but what is the innovation?")
아이디어를 위한 아이디어, 캠페인을 위한 캠페인, 제품을 위한 제품에 몰두하지 말고 정말 기본에 충실한 아이디어, 캠페인, 제품인지를 생각해보라는 이야기는 광고 회사 신입사원 시절부터 들었던 내용이다. 그런데 이 말이 유독 마음에 와닿은 이유는 UX/UI 혁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했기 때문이다.
필자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정의한 UX/UI 혁신은 “우리만이 전해줄 수 있는 경험을 그 경험 전달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사용방법)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 말을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우리만이 전해줄 수 있는 경험’에 대한 사례를 살펴보자.
삼성전자는 몇 년 전부터 새로운 갤럭시 제품 출시에 맞춰 세계 유명 도시에 길게는 몇 달, 짧게는 몇 주간 운영되는 팝업스토어 개념의 쇼케이스를 설치해왔다. 쇼케이스에서는 출시된 새로운 갤럭시 제품을 체험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품에 담긴 새로운 기능들을 더 효과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인터랙티브 체험 솔루션들을 설치했다. 무료로 누구보다도 더 빠르게 더 재미있게 갤렉시 모바일 제품 체험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펀테인먼트(Funtainment)의 새로운 공간 개념이다.
판매를 주목적으로 하는 리테일 매장의 수동적 방식의 제품 체험에서, 궁금하고 가보고 싶고 또 플레이해보고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자연스럽게 제품 경험을 유도한 새로운 브랜드 경험이다. 이런 컨셉에 맞춰 지난 3월 12일에는 일본 하라주쿠에 갤럭시 하라주꾸를 오픈했다. 지상 7층, 지하 1층 규모로 전 세계 갤럭시 쇼케이스 중 최대 규모인 이곳은 갤럭시 노트9에 탑재된 S펜을 이용한 갤러리 체험, 카메라의 AR를 비롯한 여러 기능을 이용한 미러부스와 포토부스, 폰과 가상현실(VR)를 이용해 달을 체험하는 미션 투 스페이스(Mission to space)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20여 개의 다양한 인터랙티브 체험 공간으로 채워졌다.
또 다른 사례로 인도의 전자 결제 서비스 ‘PayTM’에서 진행한 스위트 체인지(Sweet Change) 캠페인을 꼽을 수 있다. 이 캠페인은 현금거래가 많고, 거스름돈이 부족해 사탕으로 대체하기도 하는 인도 사회 특수성을 반영해 캔디 포장에 전자지갑 쿠폰 코드를 삽입, 앱에서 코드 입력 시 잔돈만큼의 가치가 디지털 화폐로 적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고객들이 화폐 사용의 비효율성에서 오는 불편함을 해결해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 사례로 평가된다.
그럼 이와 같은 경험을 전달하는 데 최적화된 인터페이스(사용방법)는 어떠해야 할까? 무엇보다 제공하고자 하는 경험 전달이 가장 쉽고 익숙하고 적합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달하고자 하는 경험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경험이라면, 더욱 이 경험을 전달하는 사용 방식은 단순하고 가장 익숙한 방식이어야 사용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에 타이핑을 할 수 있는 키보드는 사실 쿼티(Qwerty) 형식이 아니어도 기술적으로 전혀 상관이 없다. 오히려 더 효율적이고 특별한 사용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그간 더 효율적이고 사용하기 편한 인터페이스의 키보드가 많이 소개되고 출시되었으나 아직도 우리는 쿼티 형식의 키보드를 사용한다. 이유는 예전 아날로그 방식의 타자기 인터페이스에 이미 익숙해져 사용하기에 더 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혁신은 전달하고자 하는 그 경험을 최대 잘 전달할 수 있는 사용 방식이어야 한다.
이와 함께 인테페이스의 적합성을 강조하고 싶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에 너무나 좋은 사용자 경험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사용해야 하는 인터페이스가 적합하지 않다면 훌륭한 사용자 경험이라고 할 수 없다. 일례로 2018년 구글은 ‘Google Duplex: A.I. Assistant’를 공개하며 대화형 인공지능 어시스턴트가 헤어샵과 레스토랑 전화 예약을 사람보다 더 사람같이 하는 것을 선보였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기술적 진보에 환호했지만, 다음날 소셜 채널에는 부정적인 내용 또한 많이 올라왔다. 인공지능이 마치 사람인 것처럼 나를 속일 수 있다는 불안감 등 기술의 진보에 따르는 책임과 알 권리 등에 대한 의견들이었다. 두 달여 뒤 구글은 이러한 피드백을 반영한 홍보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우리만이 전해줄 수 있는 경험을 그 경험 전달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사용방법)로 제공하는 것."
물론 UX/UI 혁신이라는 것이 이 한 문장으로 단언하기 어려운 명제이지만, 우리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사용자 경험과 이 경험을 전달하는 최적의 사용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래본다.
김민아 제일기획 UX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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