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내수 시장에서 판매된 승용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 지난해보다 대당 약 300만원 줄어든 전기차 보조금 때문에 시장 위축 우려가 있었지만 경제성이나 친환경성이 높은 차량에 관심이 커지면서 흥행이 이어지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수입차 중심으로 다양한 전기차가 출시돼 정부 보급 목표 초과 달성이 기대된다.
4일 국내 완성차 및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승용 전기차 판매량은 5878대로, 3581대를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1% 증가했다. 역대 1분기 승용 전기차 판매량 가운데 최다다.
올 1분기에 가장 많이 판매된 승용 전기차는 2772대를 기록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이다. 코나 일렉트릭은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최대 406㎞에 이르고, 다양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장착됐다. 기아차 '니로EV'는 1455대로 2위를 차지했다. 두 차량 모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급으로, 최근 자동차 시장 트랜드(흐름)를 잘 반영한 결과다.
한국지엠 볼트(Bolt)는 650대로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2921대가 팔리며 1위에 오른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전년 동기 대비 87.3% 감소한 371대가 팔리면서 쏘울(388대)에 이어 5위에 올랐다. 수입 전기차는 재규어 'I-페이스', 닛산 2세대 '리프' 등이 추가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846.7% 증가한 142대가 판매됐다.
올해 전기차 국가 보조금은 대당 90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보다 약 300만원 줄었다. 지방자치단체 추가 지원금도 400만~5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00만원 내렸다. 정부가 보조금 지원 대상을 올해 4만2000대로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리면서 개별 보조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조금 축소로 올해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실제 보조금이 줄면서 올해 2000만원대에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은 극히 일부 지역으로 줄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상황은 달랐다. 코나 일렉트릭, 니로EV 등은 가격이 3000만원대지만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을 갖춰 '합리적'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볼트 역시 지난해부터 대기해 온 고객이 차량 계약을 앞 다퉈 진행했다. 쏘울EV는 국내 전기차 가운데 유일하게 2세대 모델로, 디자인과 성능이 강화되면서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전기차 시장은 더욱 가파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 업계 중심으로 다양한 신차가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사 최초의 전기 SUV 'EQC'를 국내에 출시한다. EQC는 1회 충전 시 최대 450㎞ 이상 주행 거리(NEDC 기준)를 자랑하는 중형 SUV 전기차다. 테슬라는 올 하반기부터 중형 세단 전기차 '모델3'를 국내에 인도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정부에서는 1차 보급 4만2000대, 추경 집행 시 5만대 전기차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보조금은 줄었지만 여전히 신차 계약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기차가 세금·유류비 등에서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 경제성이 훨씬 뛰어나고, 첨단 기능이 우선 적용되는 등 상품성도 우수한 것이 흥행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