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연결(Intelligent Connectivity)'을 주제로 개최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는 기존 통신 속도 향상과 첨단 장비·단말 기능 시연에서 벗어나 5세대(5G) 이동통신 강점인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기술을 이종 기기 또는 산업에 접목시킨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는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기술 개발 위주 패러다임에서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를 아우르는 융합서비스 창출 핵심 산업군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이 5G 기술 기반 콘텐츠를 앞 다퉈 출시하는 것을 보면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로만 인식되던 디지털 콘텐츠도 이제 다른 산업 활용 매력이 있는 분야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좁은 시야각, 흐릿한 해상도, 센서의 부정확도를 한층 개선시킨 홀로렌즈 2를 공개해 종전의 개인화된 게임용 단말기에서 원격수리, 증강의료, 모의설계 등 이종 산업 현장에서 직접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NTT도코모도 드론과 3D스캐너를 이용한 실시간 고화질 영상을 5G망으로 전송하고 원격 제어할 수 있는 굴착기, 원격 영상 수술, 무한 시점 멀티뷰의 스포츠 중계서비스, 실시간 홀로그램 콘서트 등을 출시했다.
우리나라도 이통 사업자와 중소 제조업체가 협업해 5G 네트워크와 인공지능(AI) 분석 기술, 고화질 카메라를 결합해 생산성을 2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의 생산·유통 과정을 선보였다. 5G 기반 멀티뷰·AR·AI스피커를 결합한 N스크린 홈 멀티미디어 서비스, 핀홀 원리를 이용해 증강현실(AR) 렌즈 선명도를 2~3배 이상 구현한 기술 등도 각광받았다.
디지털 콘텐츠는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도입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5G 서비스 개시에 따라 AI, 빅테이터, 클라우드와 결합된 형태로 생산·유통·소비 전 영역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개발됨에 따라 더욱 매력 넘치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바라트 아난드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도 '콘텐츠 미래'에서 주장했듯 콘텐츠는 단순히 소비자가 시각으로만 만족하는 것으로는 성장 한계에 부닥칠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의 장점인 사용자·제품·기능과 연결 관계를 긴밀하게 구현해 나갈 때 가치는 한없이 제고될 것이다.
5G 시대 도래를 계기로 플랫폼과 콘텐츠의 융합, ICT와 이종 산업 간 협업 활성화를 지원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 시책을 강구하는 등 관련 산업이 동반 성장하는 새로운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디지털 콘텐츠는 5G 시대 승부를 가르는 전략 분야다. 콘텐츠 없이 5G 서비스가 성공하기는 요원하다. 제 아무리 네트워크 속도가 빨라지고 탄탄한 인프라를 갖췄다고 해도 실어 나를 알맹이가 없다면 빈껍데기나 마찬가지다.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우리 네트워크는 세계 최고, 세계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정작 이의 확산 및 보급에 뒤처진 건 사실이다. 이제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5G 시대만큼은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세계에게 가장 앞서 5G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제는 이와 관련된 킬러 융합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모든 나라가 이 분야는 이제 시작 단계다. 세계 각국의 경쟁 속에서 앞서갈 수 있는 골든타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1년 이내에 5G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출시해야만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고품질 디지털 콘텐츠의 조기 발굴, 국내 상용화와 사업성 검증, 해외 시장 진출 지원 등 체계를 갖춘 정책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정종기 한국전파진흥협회 상근부회장 jkchung2021@rap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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