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분야에 레그테크 도입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달 중 IBK투자증권 등을 시작으로 자본시장 분야에도 데이터에 기반한 상시모니터링 시스템이 가동한다. 금융감독원에서도 데이터 기반 레그테크 생태계 도입을 위해 각종 거래 정보를 API 형태로 전환을 추진하는 등 규제 당국 차원의 레그테크 확산 지원도 한창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IBK투자증권은 이달 중 데이터 분석기반 레그테크 서비스를 개시한다. 지난달 금감원이 개최한 금융투자 분야 업무설명회에서 16개 증권사와 논의한 상시모니터링 서비스다. 레그테크는 규제 분야와 기술의 결합을 의미한다.
레그테크 서비스 도입으로 증권사는 내부통제 관련 사항을 지점 단위까지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고, 동시에 금감원 상시보고 시스템으로 즉시 보고가 가능해진다. 지점 등에서 발생하는 각종 거래 등 업무 결과를 손쉽게 현황판 형태로 제공해, 정보기술(IT) 관련 지식이 없는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도 한 눈에 이상거래 징후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형태다.
각종 거래 정보 등 증권사의 대용량 데이터 보관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빅데이터 기술이 적용된다. 금융클라우드 내에 축적된 대량의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패턴 분석해, 준법감시 업무가 보다 손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대용량 정보 분석이 필수인 만큼 각종 정보 제공은 API형태로 제공한다. 엑셀이나 워드프로세서 등이 아닌 AI 분석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각종 데이터를 기계가 자동 학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내부통제 뿐만 아니라 금감원 보고 역시도 자동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금감원 차원에서도 레그테크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금감원은 레그테크 도입 확산을 위해 금융사, 레그테크 및 섭테크 전문기업과 협업 모델 마련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말 IBK기업은행과 공동으로 보이스피싱 대출사기문자 방지 프로그램을 공개한 것처럼 자본시장 분야 등에도 이를 확대 적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거래내역과 결제내역, 자금이체내역, 감독기관용 보고정보 등을 API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이 활성화 대책에 담길 것으로 유력하게 점쳐진다. 민원상담과 규제를 안내하는 챗봇, 거래내역과 로그 등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법률·규제를 분석하는 리걸테크 등 다양한 레그테크 분야 서비스가 API 형태로 제공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등 개별 증권사도 MRR(머신 리더블 레귤레이션) 분야에 대한 준비에 한창이다. MRR은 금융 관련 법규를 기계가 인식할 수 있는 언어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각종 법률 자문 비용 절감 등 레그테크 산업 가운데서도 가장 업계와 밀접한 분야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업계 차원에서는 규제 비용을 줄이는 데 관심이 큰 만큼 레그테크 분야 가운데서도 MRR 분야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크다”면서 “실시간 모니터링 도입은 지점 관리 차원에서 긍정적이지만 금감원이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는 굳이 선제 도입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레그테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금융감독 측면에서도 신기술을 적극 도입해 금융회사 비용 절감을 지원하면서도 불공정거래 등은 줄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