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에 세계적인 강인공지능 연구소 만들겠다"...고려대학교 Human-Inspired AI 센터장 임희석 교수

Photo Image
고려대학교 Human-Inspired AI 센터장 임희석 교수

최근 우리의 삶과 생활에 갑자기 '파고든' 인공지능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기술이 됐다. 인공지능에 대한 주도권이 미래에 대한 주도권이 된 지금,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으나 막상 시장에서는 "기술 부족, 인재 부족"이라며 아우성이다.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고려대학교 Human-Inspired AI 센터장 임희석 교수를 만나 보았다.

- 알파고 때문일까? 우리는 갑자기 인공지능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광속으로 이동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런데 정작 우리에게 지금 인공지능은 무엇인가? 왜 인공지능을 논해야 하는가라는 본원적인 깊은 사색과 통찰력을 겸비한 질문은 상실된 것처럼 보인다.

"기술의 발전이 늘 좋은 것이고 우리의 삶을 편하고 편리하게 만든다라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모든 부분에서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기술이든지 기술의 발전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임희석 교수는 "이 기술이 우리에게 어떤 것을 가능하게 하였는가? 이 기술은 과거의 가능했던 어떤 것을 없앴는가? 해당 기술이 과도하게 적용 또는 사용되는 경우 발생될 수 있는 역기능은 무엇인가? 해당 기술은 과거의 어떤 기술을 연상하게 하는가?"라며 "인공지능 기술 개발도 이와 같은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는 토론과 사고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 인공지능 관련 한국의 역량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 정부의 정책과 규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임 교수는 "정확하게 측정하여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인공지능 선진국과 비교하여 약 2~3년 뒤졌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컴퓨터 기술의 발달 속도를 생각하면 2~3년은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이러한 뒤쳐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정부 주도적인 좋은 정책들을 많이 펼치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최근에 인공지능대학원 설립 정책, 인공지능에 필요한 빅데이터 구축 사업 등이 그 예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연료라 할 수 있는 데이터 구축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은 과감하게 해결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국내 학계 및 기업에서 개발된 우수한 기술을 발굴하고 발굴된 우수 기술을 통한 세계적인 기업 육성 및 시장 창출을 위한 제도와 인식이 변화되어야 합니다. "라며 "아직도 국내 기술 육성을 위한 투자는 소홀히 하고, 국내 기술이나 제품은 경시하면서 해외에서 유사한 기술이 개발되면 대단한 것인 양, 비싸게 돈을 들여 수입하는 사례가 종종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고 덧붙였다.

- 국내외적으로 인공지능이 인류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친 실효적인 사례가 있는지? 만약 있다면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또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는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 두 가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사람이 하기 어렵고 싫은 일을 대신에 해줌으로써 인간 노동의 질을 향상시키고 업무의 효율을 향상시킨 일들은 너무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임 교수는 "나쁜 영향에 대한 사례는 사생활 침해와 직업의 감소 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지능형 CCTV나 지능형 스피커, IoT 기기 등은 우리의 모든 삶을 보고 듣고 관찰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사생활의 침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례를 통하여 우리는 기술의 영향력을 제대로 이해하고 책임 있게 기술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 인공지능은 산업혁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정말 '가치' 창출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접근이 가능한 것인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떤 제품을 만들기 위하여 재료인 X에 컴퓨팅 기술을 적용하여 부가가치를 생산하였다면 이제는 X에 지능형 기술 또는 인공지능을 적용하여만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모든 산업에서는 어떤 스마트함을 적용함으로써 해당 산업을 혁신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임 교수는 "이제는 개인화되고 맞춤형의 가치가 창출되어야 하며, 이러한 가치는 사용자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지속 가능성의 담보를 위해서는 산업에서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의 수준을 잘 이해하고 사용자에게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은 할 수 없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인공지능기술이 적용되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사용자를 현혹하는 경우가 있는데, 처음에는 사용자들이 잘 모르고 구매하겠지만 과대광고라는 것을 알고 나면 더 이상 그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면 인공지능 기술과 제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대될 수 있고 또 인공지능 발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라고 내다봤다.

- 인공지능의 연구는 어떻게 전개되는지?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무엇이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향후 어떤 기술이 나와야 하지? 소위 '초지능'이라는 말도 있던데, 임 교수의 의견을 듣고 싶다.

임 교수는 "매우 어렵고 광범위한 질문입니다. 인공지능에 있어서 핵심적인 기술 중 하나는 지식의 표현과 지식 획득입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관찰과 경험을 통하여 세상의 지식, 전문 지식, 상식 등 많은 지식을 학습하고 이런 지식을 이용하여 지능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현재의 컴퓨터에는 인간의 그런 지식이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인간과 같은 지능적인 행위를 하는 데 한계가 많이 있습니다. 그럼 지식을 구축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질문할 수 있는데 정작 우리가 어떤 지식을 사용하고 있는지, 머릿속에는 지식이 어떻게 저장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런 지식을 어떻게 획득하게 되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라고 말했다.

이어 "원리와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컴퓨터로 구현도 할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대부분 패턴인식 기반의 기술이며, 이것은 인공지능 기술의 초보적인 수준입니다. 향후에는 인간처럼 지각하고 학습하고 추상화하고 추론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처럼 학습하고 생각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강인공지능(strong AI)라고 합니다. 초지능은 인간의 지능과 맞먹는 또는 우세한 인공지능을 의미하는데, 강인공지능을 위한 노력으로 초지능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런 연구를 위해서는 컴퓨터, 수학, 심리학, 신경과학, 그리고 철학 분야의 융합연구가 필요합니다."라며 "현재 제가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연구소는 Human-inspired AI & Computing 연구소입니다. 이 연구소의 연구 주제는 사람의 지능을 모사한 컴퓨팅 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 석박사 시절 연구실 콘크리트 바닥에 은박지를 깔고 침낭에서 잠을 자고, 또 책상 위에서도 잠을 자면서 열심히 공부를 했다고 들었다. 임 교수는 왜 인공지능을 선택했고 왜 그렇게 인공지능을 열심히 연구하게 되었는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인공지능 연구에서 지향하는 철학적 견지하고도 맞물릴 것 같다.

임 교수는 "처음 연구는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지도 교수님께서 인공지능연구자이셨기에 그냥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점점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대한 이유와 기술의 영향력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기술은 인간의 문화적 활동 중 하나이며 그 문화적 활동은 사람을 위한 것이 되어야지 기술 자체를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 기술도 인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 즉 Humanistic 인공지능이 개발되어야지 사람들이 기술에 맞추어 가는 것은 옳은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스마트디 바이스를 사용하기 위해 안경을 쓰고, 노안이 있는 사람들은 안경을 벗고 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내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일부러 천천히 또박또박 이야기를 하게 되는 일들도 있습니다. 이 모두가 사람이 기술에 맞추어가는 것입니다. 이런 기술들은 좋은 기술이라 할 수 없으며, 기계가 스스로 사람에게 맞출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에 고령자들의 인지 기능에 반응하여 그들에게 적합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자동적으로 제공해주는 지능형 기술을 개발했고 특허 출원과 표준 등록이 되었습니다. 이런 기술이 humanistic AI이고 이렇게 인간을 위한 기술들이 더욱 많이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 인공지능 연구센터를 왜 설립했는지? 향후 어떤 랩을 지향하는지?

"어떤 학자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기술은 인간이 만든다. 하지만 기술이 만들어진 이후에는 기술이 사람을 변화시킨다'. 인공지능 기술의 영향력을 제대로 이해하고 책임 있는 인공지능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기 위하여 연구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임 교수는 "해외에는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알만한 연구소들이 많이 있는데, 국내에는 아직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고의 인공지능을 연구를 위해서 컴퓨터, 심리학, 수학, 철학, 그리고 신경과학 등의 국제적인 융합 연구팀을 만들고, 인간을 모델링한 강인공지능 개발을 통해서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소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전자신문인터넷 유은정 기자 (judy6956@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