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 혁파를 위해 파격적인 방법을 도입했다. 27일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제로 '제11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규제입증 책임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1월 시범 실시 이후 성과가 있다고 판단, 전면적으로 확대했다. 정부가 규제 필요성을 설명하지 못하면 해당 규제를 폐지하거나 개선해야 한다. 규제 개혁 주체가 민간에서 정부로 '180도' 바뀐 것이다. 정부는 1단계로 부처별 규제 민원이 많은 2∼3개 분야 480여개 행정규칙을 오는 5월까지 정비한다. 2단계로 나머지 1300여개 행정규칙을 정비, 올해 1780개 규제를 개선하거나 폐지할 계획이다.
규제 개혁 패러다임을 바꾼 것은 기업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도가 낮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경제 활력을 위해 신산업, 기존 산업과 일자리, 민생 불편·부담 분야 등에서 대대적인 규제 개혁 작업을 벌여 왔다. 그러나 규제를 바라보는 기업과 국민 원성은 좀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이전 정부와 비교해도 실적이 떨어진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1년 10개월 동안 규제 개혁 시행 건수는 788건이었다. 앞으로 예정인 33건까지 포함하면 총 821건이다. 취임 해인 2017년 5월 이후 203건, 2018년 503건, 2019년 82건을 시행했다. 반면에 박근혜 정부는 4년 임기 동안 총 3359건의 규제 개혁을 실행했다. 매년 1000여건을 실행한 셈이다. 아직 임기가 남았지만 단순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규제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무원의 마인드와 자세다. 규제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규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공무원이 규제가 아니라고 해도 민간은 규제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오죽하면 공무원 주도의 규제 입증 책임제도를 도입했겠는가. 그만큼 담당 공무원이 중요하다.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무원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입증책임제도 역시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짙다. 제도에 앞서 공무원 마인드부터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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