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이 비바리퍼블리카(대표 이승건)가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비바리퍼블리카 컨소시엄이 큰 타격을 받은 가운데, 신한금융이 빠진 이유를 두고 여러 해석이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이번 신한금융과 비바리퍼블리카의 결별이 어느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는 당초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신한금융지주보다 앞서 하나금융지주에 컨소시엄 제안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하나금융 관계자는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혁신 사업 모델 등은 높이 평가하지만 자본 적정성 등 여러 문제가 있어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평가했던 여러 불가 요인을 신한금융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등 혁신 채널을 원했던 신한금융이 비바리퍼블리카의 혁신성에 이끌려 컨소시엄 참여를 결정했지만, 여러 상황을 따져볼 때 득보다 실이 많다는 쪽으로 기울어 사업 참여를 철회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신한-비바 연합은 인가 신청도 하지 못한 채 결별하게 됐다.
사업모델에 대한 이견이 표면적 이유지만, 주도권을 둔 양측 갈등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제3 인터넷전문은행의 지향점으로 스타트업 문화·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한 챌린저 뱅크를 내세웠다. 신한금융은 생활플랫폼 분야별 대표 사업자들이 참여해 국민 모두가 쉽게 이용하는 포용성을 강조한 오픈 뱅킹 기반 금융 생태계 확장을 지향해왔다. 인터넷전문은행 사업모델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게 양사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예전부터 신한금융과 비바리퍼블리카 사이에 갈등이 증폭돼 왔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당초 신한금융지주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파트너로 네이버를 일찌감치 낙점하고 물밑 작업을 펼쳐온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가 갖는 네트워크와 파급력에 신한금융 전문성을 융합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를 뛰어넘는 한국 대표 인터넷은행을 만들겠다는 내부 목표도 수립했다. 하지만 계획은 네이버가 인터넷전문은행 불참을 선언하며 틀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신한은행 관계자는 “실무선에서는 같이 인터넷은행 사업을 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지만, 네이버가 인터넷은행 사업 참여 불참을 선언했다”며 “윗선에서 최종 불참을 결정했고, 이로 인해 신한 내부에서는 후속 파트너를 찾다 비바리퍼블리카와 급하게 협상이 진행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금 문제를 놓고 양측 입장도 첨예하게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신한금융을 자금처로만 생각하는 느낌이 내부에서 있었고, 반대로 신한금융은 금융을 잘 모르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증폭됐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21일 발표로 사실상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백지화 했다. 핵심 금융주력사인 신한금융이 컨소시엄에 빠지면서 비바리퍼블리카가 주도하는 '토스뱅크' 컨소시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신한금융지주에 이어 현대해상, 직방 등도 토스뱅크에 불참하기로 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토스 측에 인터넷전문은행 참여가 어려울 것 같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터넷전문은행에 다양한 분야 주주들이 참여하면서 은행을 중심으로 해 보편적이고 포용적인 인터넷전문은행을 기대했다”며 “신한은행이 참여하지 않기로 하는 등 주주구성 변화가 생겨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 외 컨소시엄 참여를 저울질했던 다수 스타트업도 컨소시엄에서 발을 빼거나 재검토에 돌입했다. 자칫 토스뱅크 설립 자체도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6일 예비인가 신청 마감을 앞두고 주주를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비바리퍼블피카가 34% 지분을 소유하는 1대 주주지만 신한금융도 최대 20%의 지분을 보유할 2대 주주 후보였던 만큼, 이를 대체할 주주를 끌어들여야 한다.
금융당국도 이 상황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올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양사 입장이 상당부분 차이가 있어 신한금융이 컨소시엄에서 빠지게 됐다”며 “다만 다른 컨소시엄 주주들과 인터넷전문은행 도전은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