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세대를 일컫는 'N포세대'의 현실이 통계로 증명됐다.
지난해 우리 사회는 '역대 최악 취업난' '역대 최저 출산율'에 이어 '역대 최저 혼인율'을 기록했다. 대다수 청년이 취업과 결혼에 실패했고 자연스럽게 2세를 가질 수 없었다. 일자리·혼인·출산이 재난 수준이지만 정부는 뾰족한 해법을 내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18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를 의미하는 '조(粗)혼인율'은 지난해 5.0건을 기록했다. 1970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최저치다.
조혼인율은 1970년 9.2건을 기록한 후 등락을 반복하다 1980년 10.6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대체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다 2001년 처음 7명 아래(6.7명)로 떨어졌다. 2012년부터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해 지난해 역대 최저치가 됐다.
지난해 혼인건수는 25만7600건으로 집계됐다. 1971년(23만9457건)과 1972년(24만4780건)에 이어 통계 작성 이후 세 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만혼 경향도 뚜렷해졌다. 평균초혼연령은 남자 33.2세, 여자 30.4세로 남녀 모두 전년보다 0.2세 상승했다. 10년 전인 2008년과 비교해 남자는 1.8세, 여자는 2.1세 상승했다.
통계청은 인구구조·경제·가치관 부문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인구구조상 주요 혼인층인 30대 초반 인구가 감소했고, 20~30대 실업률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늘며 경력단절 부담으로 혼인을 미루는 경향이 확대됐고, '결혼을 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도 줄었다고 밝혔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25~29세 실업률이 2008년 6.0%였는데, 2017년 9.5%, 2018년 8.8%로 높아졌다”면서 “전세가격지수가 2008년 71.9에서 2018년엔 103.1로 높아져 주거 부담도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또 “조사 결과 '결혼을 해야 한다, 또는 하는 게 좋다'고 대답한 비율이 2012년 62.7%에서 2018년 48.1%로 큰 폭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일자리, 저출산 문제가 크게 악화한데다 혼인율까지 역대 최저로 떨어지면서 주요 사회지표가 '재난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어려운 사회 상황으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N포세대의 현실이 통계로 증명된 셈이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폭은 9만7000명에 그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8만7000명) 이후 9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해 출생아 수(32만6900명)와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2018년 0.98명)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혼인·출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일자리'에 정책 역량을 쏟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최근 '2기 경제팀' 출범 100일을 맞아 공개한 자료에서 “작년 수준 성장률과 취업자 증가 목표 15만개 달성에 모든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면서 “4차 산업혁명, 인구구조 변화 등 미래 도전·기회요인에 대한 선제적 준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