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보고서 제출기한인 21일이 다가오면서 코스닥 상장기업에 상장폐지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외부감사인 감사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기업이 연이어 등장한 데 이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감사보고서 제출기한 하루를 앞두고 금융당국은 적정 의견을 받지 못한 상장사의 상장폐지 1년 유예해 제도 개선책을 급히 제시했다. 당장 상장폐지 부담은 덜었지만 감사인 권한 강화, 주총 집중 개최 등으로 인한 부작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국순당, 솔고바이오, 알톤스포츠 등 코스닥 상장사 5개사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4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했거나 최근 3년 가운데 두 해 동안 자기자본 50%가 넘는 계속 사업손실이 발생해서다.
19일에는 한국거래소 대표 지수인 KRX300과 코스닥 우량주로 구성된 코스닥150에 포함된 케어젠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코스닥150 편입 종목인 내츄럴엔도텍은 4년 연속 영업손실로 인해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이 밖에도 KD건설, 라이트론, 크로바하이텍 등 코스닥 상장사 3개사에서 감사의견 거절로 인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유아이디, 스카이문스테크놀로지스 등은 영업손실로 인해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파산신청으로 인해 관리종목에 들어간 디지탈옵틱 등을 포함하면 이달에만 코스닥시장에서 총 15개 기업이 관리종목 등으로 지정됐다.
외부감사법에 따라 외부감사인은 정기주총 1주일 전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고, 피감기업은 보고서 수령 당일 거래소에 공시해야 한다.
감사보고서 제출기한 마지막 날인 30일에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는 360개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309개사는 제출기한 하루 전인 이날까지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솔루에타, 차바이오텍 등 29일 주총 개최 기업 가운데 상당수도 감사보고서 제출기한을 넘겨 지연 공시가 이어졌다.
코스닥 상장사를 둘러싸고 관리종목 지정, 감사인 의견거절, 지연 공시 등이 속출하자 금융위원회도 부랴부랴 상장관리 대책을 의결하고 즉시 시행에 나섰다. 상장폐지 최종 결정을 위해 기존 6개월을 부여하던 유예기간을 1년으로 늘렸다. 또 경영진의 회계부정 확인을 위해 쓰이는 디지털포렌식 조사를 남용하지 않도록 정한 세부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차기년도 감사인의 감사의견을 기준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정하도록 하면서 사실상 감사의견이 2년 연속 비적정인 경우에만 상장폐지가 되도록 했다. 디지털포렌식이 반드시 수반되는 재감사 형태의 계약이 아닌 만큼 약 20억원에 이르는 추가 부담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상장관리 보완책에도 상장사는 주총 집중 기간 감사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제도 보완책은 마련됐지만 여전히 감사인 권한 강화와 촉박한 주총 준비 기간 등으로 인한 각종 부담을 덜 수 없어서다.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정기주총이 2~3월에 몰려 이뤄지면서 외부감사인 입장에서도 의견 제시가 부담되고 재무구조가 복잡한 코스닥 상장사에 대한 감사는 꺼리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정기주총 분산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무더기 상폐 등의 부작용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