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LG유플러스와 CJ헬로 결합심사와 관련해 “3년 전과 같은 상황이 분명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심사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은 2016년 SK텔레콤 결합을 불허했을 때와 다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발언 내용을 트집 잡고 싶지는 않다. 인수합병(M&A)이 새로운 경쟁 구도를 조성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시장은 이미 성숙됐고,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경쟁이 멈춘 상황에서 기업은 물론 소비자 편익도 줄 수밖에 없다. 그나마 M&A가 시장을 자극하는 유일한 대안이다. 일부 반대도 있지만 LG와 CJ 인수가 성사됐을 때 산업에 주는 의미가 커서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그렇더라도 김 위원장의 발언은 신중하지 못했다. 시점이 적절치 않다. 설령 공정위 의지가 담겼다 해도 지나치게 앞서갔다. 공정위 안팎에 보이지 않는 압력과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심사한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김 위원장은 물론 사견임을 전제로 실무진 판단이 우선이라고 언급했지만 위원장이라는 신분을 감안하면 적절치 않다. 앞으로 공정위 위상과 업무에도 결코 득이 될 수 없다.
차라리 절차와 시기를 언급하는 게 합당했다. 시장을 역동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공명정대하게 심사하고, 문제가 된 '고무줄' 심사 기간을 못 박는 게 오히려 적절했다. SK텔레콤의 경우 2015년 12월 1일 인가를 신청했지만 2016년 7월 18일에서야 최종 불허 결정이 내려졌다. 자료보정 기간이 포함돼 7개월 이상이 소요됐다.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산업계는 아수라장이었다. 정치권까지 가세해 정상적인 기업 업무가 불가능했다. 반면교사를 삼는다면 절차는 투명하게 진행하는 대신 심사 기간을 대폭 줄여 주는 게 급선무다. 만약 불허로 판정한다면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지 궁금하다. 그 반대 역시 독립성 측면에서 생채기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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