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03>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전문가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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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네요.” 미국의 유수 기업에서 평생 폰트를 개발해 온 기술 전문가의 말이 기억난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 대결 이후 갑자기 등장한 많은 인공지능(AI) 전문가와 비교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과 함께 자칭 블록체인 전문가가 많이 출현하고, 방송에서 인터넷(INTERNET)을 세계(INTERnational)와 네트워크(NETwork)를 합친 단어라고 잘못 설명하는 짝퉁 전문가도 있었다. 새로운 분야가 나타날 때마다 그 분야의 전문가로 변신하는 마법사 수준의 전문가도 있다. 무늬만 전문가인 짝퉁 전문가를 탓하거나 구별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기술 전문가로 대접받기 위한 기본은 논의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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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부문 인재 양성을 위해 성균관대, KAIST, 고려대 3개 대학에 10년 동안 'AI 전문가 양성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래 AI와 4차 산업혁명 발전을 위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대학에서 교육받은 인재가 산업체 경험으로 무장하면 AI 분야 경쟁력이 강화될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IBM과 경쟁할 수 있는 AI 분야 창출을 위한 포석이었으면 한다.

한 분야의 전문가는 탄탄한 기초와 관련 분야 지식을 겸비해야 한다. 기초가 부실하면 건물이 무너지듯 졸속으로 양성된 전문가는 오히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더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의 기초인 소프트웨어(SW), 알고리즘, 데이터마이닝, 운용체계(OS), 컴퓨터구조,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토대 위에 AI라는 건물을 세울 수 있다. 네트워크, 시스템, OS 등 분야에 무지하면 제대로 된 정보 보호 전문가가 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치다.

'만들고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은 기술 전문가라 할 수 없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급히 배운 실력만으로 전문가 행세를 하기에는 너무 많은 변수가 있다. 기능과 동작 원리도 쉽지 않지만 예측할 수 없는 오작동과 부작용을 동반하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습득한 블록체인 지식으로 전문가 행세를 하는 이들의 그럴 듯해 보이는 말재주만으로 산업은 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짜 전문가들이 설 땅을 빼앗아 갈 뿐이다. ICT 전문가는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체득한 경험이 충분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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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전문가는 겸손해야 한다. 전문가는 아는 것을 자랑하기보다 연구하고 체험함으로써 성장하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전문성을 뽐내는 사이에 멀리 달아난다. 1950년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이 AI 개념을 주창했고, 전문가 시스템과 신경망을 이용한 모델로 진화하기까지 다양한 이론을 바탕으로 AI는 발전해 왔다. 전문가들의 지속된 노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로 새로운 모델과 방법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기술 전문가는 겸허한 자세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해야 전문가다운 면모를 유지할 수 있다.

경제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바탕으로 새롭게 도약해야 하는 명제를 안고 있다. 일자리와 소득 창출은 정책이 아닌 기술이기 때문이다. 얄팍한 지식으로 포장한 짝퉁 전문가의 언변보다 새로움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진정한 전문가들이 경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기적을 일궈 낼 것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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