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진출한다. 통신사와 인터넷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1조원 규모의 국내 음원 시장이 글로벌 유력 사업자 참전으로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음원업계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최근 국내 저작권 신탁단체들과 음원 제공에 따른 저작료 배분율 논의를 시작했다. 애플코리아 인력 일부도 스포티파이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탁단체 관계자는 “스포티파이와 접촉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탁단체는 창작자로부터 권리를 위임 받는다. 이들과 계약하는 것은 국내 서비스 준비 최종 단계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협상의 관건은 배분율이다. 한국은 올해부터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늘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음원전송사용료 징수 규정을 개정, 기존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60%에서 65%로 상향시켰다. 음원서비스 회사는 40%에서 35%로 몫을 낮췄다.

정부와 음원업계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스포티파이는 최초 국내 규정보다 적은 수준의 창작자 배분율을 제시했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글로벌 업체라도 국내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애플 등 스포티파이에 앞서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업체가 해당 규정에 준해 수익을 배분하는 만큼 협상을 통해 스포티파이가 무난히 한국 서비스를 할 것으로 예측했다.

스포티파이는 스웨덴에서 2008년에 시작된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다. 2018년 기준으로 사용자는 1억9700만명, 유료결제(1인당 한 달 9.99달러)를 하는 프리미엄 사용자는 7000만명 이상이다. 2015년 유럽 통신사 텔리아소네라와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약 7000억원을 투자받고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붙였다.

소니뮤직, EMI, 워너 뮤직 그룹, 유니버설 등과 제휴해 고품질 음원을 무료로 공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무료 음악의 경우 모바일에서는 무작위 재생만 가능하다.

K팝 등 최신 한국 음원도 리스트에 있지만 국내 서비스를 정식으로 하지 않았다. 그동안 한국에서 스포티파이를 이용하려면 미국 등 정식 서비스 국가 계정을 따로 마련하거나 사설망(VPN)을 통해 접근해야 했다.

정식 서비스하는 국가에서 발급한 신용카드로만 결제가 가능, 유료 가입도 쉽지 않다. 스포티파이가 국내에 정식 진출하면 그동안 서비스된 한국 음원 사용료는 사후 정산으로 계산해서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파이가 한국 진출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해 상장 이후 성장세를 담보하는 차원이다. 스포티파이는 지난해 40억유로(약 5조2700억원) 매출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다. 서비스 지역과 유료 가입자를 늘려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스포티파이는 2013년 홍콩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스포티파이는 지난해 3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후 올해 2월 인도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미 진출 지역 공세를 강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늘어나는 K팝 수요에 정식 대응하고, 신용카드 결제 인프라가 갖춰진 한국에서 유료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스포티파이 한국 진출은 스마트폰, 디지털음원 생태계 전반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파이는 삼성전자 협력사다. 삼성전자는 2018년 8월 갤럭시 홈 기본 음악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스포티파이를 선정했다. 갤럭시S10, 갤럭시폴드 등 프리미엄 라인은 물론 중저가폰 갤럭시A 시리즈에도 스포티파이 앱을 선 탑재했다. 미국 구매자들은 6개월 동안 스포티파이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음원 시장은 연간 약 1조원 규모로, 인터넷·통신 업계가 각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점유율 약 45%인 멜론(카카오), 23%인 지니뮤직(KT)에 이어 플로(SK텔레콤)가 두 자릿수 점유율로 바짝 뒤를 쫒고 있다. 벅스(NHN엔터테인먼트), 네이버뮤직(네이버) 등도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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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 사진=전자신문DB


표> 2019년 1~2월 주요 음원 서비스 이용자 점유율, 출처: 코리안클릭, 업계 종합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 한국 진출한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