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현대자동차그룹을 향한 헤지펀드 엘리엇의 고배당 요구에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각각 8.7%, 9.5% 보유한 2대 주주다. 두 회사 주주총회는 이달 22일 개최된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14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제5차 회의를 열고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효성 등 주요 상장사 정기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했다. 수탁자전문위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와 책임투자 방향을 검토·결정하는 민간전문가 기구다.
이번 수탁자전문위 심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요청으로 진행됐다.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 제17조의3 제5항에 따르면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국민연금이 행사하되 공단이 찬반 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한 사안은 수탁자전문위에서 결정할 수 있다.
수탁자전문위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배당 관련 안건과 관련해 “주주제안(엘리엇)의 수준이 과도하다”며 “회사측 제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엘리엇은 현대차에 전년도 기말배당 대비 618.94% 증가한 5조8295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제안했다. 이는 주당 2만1967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현대차 이사회가 제시한 기말 배당금은 주당 3000원이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에 대해서도 주당 2만6399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제안했다. 현대모비스 이사회안은 주당 4000원이다.
수탁자전문위는 “사내이사·사외이사·감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회사측 제안을 모두 찬성한다”고 전했다. 단 사내이사(정몽구·정의선) 재선임과 관련해서는 “소수 위원이 특정 일가의 권력 집중에 문제 제기를 하며 반대 의견을 냈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전날 엘리엇 주주제안에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이로써 현대차는 엘리엇과의 표대결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이미 글로벌 양대 자문사인 글래스 루이스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국내 3대 의결권 자문사 중 한 곳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날 수탁자전문위는 기아차의 사내이사(정의선·박한우) 재선임건에 대해서도 찬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외이사(남상구) 재선임은 “한전 부지 매입 당시 사외이사로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반대를 결정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