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해외 기조강연에서 당초 계획했던 '한국 재벌'에 대한 비판 수위를 낮췄다.
김 위원장은 12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3회 국제경쟁정책 워크숍' 기조강연에서 “나는 재벌을 좋아한다”면서 “재벌은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으로, 과거에도 그러했고 현재에도 그러하며,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수차례 재벌이 한국 경제에 소중한 자산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다만 당초 계획했던 발표문과는 발언이 달라져 눈길을 끈다.
당초 기조강연 발표문에는 “재벌들은 관료와 정치인을 포획하고 언론마저 장악하는 등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그러나 발표문이 사전에 공개된 후 일각에서 “해외에 나가서 한국 대기업을 비판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를 의식해 발표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재벌에 대한 비판 기조는 그대로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과거에는 오너 일가가 지분 대부분을 보유했지만 현재는 5% 내외에 불과하다”면서 “오너라 불리지만 실상은 소수주주”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순환출자 등을 이용해 기업집단 전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다른 기업·주주의 이익을 저해하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 경제발전에 따른 경쟁법 집행 변화 과정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은 정부 주도 경제에서 출발해 시장경제를 꽃피우는 모범사례를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였고 이 과정에서 공정위와 공정거래법이 역할을 했다”며 “세르비아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도움을 주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 강연 후 성경제 공정위 입찰담합조사과장은 담합 과징금 감면제도를, 김문식 부당지원감시과장은 공정위와 다른 정부 기관 간 협력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강연을 요청한 밀로에 오브라도비치 세르비아 경쟁보호위원장은 한국 기자들과 만나 “세르비아는 (한국과 같이) 단계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세르비아 경쟁당국으로서 시장 경제의 역할과 법 집행에서 많은 점을 배울 기회였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