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주주총회 분산 프로그램, 전자투표 도입 등에도 올해 역시 코스닥 기업 정기주총 의결정족수 확보는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의결정족수 부족 등으로 올해 감사·감사위원 선임이 부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올해 전체 상장사 8.2%인 154개사에 이른다. 내년 정기주총 시즌에는 총 238개, 2021년에는 76개사가 선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기업보다는 중견·중소기업이 더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주로 코스닥 시장에 집중되어 있는 중견·중소기업은 기관투자자가 아닌 소액주주가 주주 구성 대다수를 차지한다. 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발행 주식총수의 25%에 미달하는 기업이 408개사로 21.2%를 차지하는 등 보통 결의에도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와 기관투자자 지분을 포함하더라도 그 수는 크게 다르지 않다. 1928개사 가운데 271개사, 14.1%가 반대주주 없이도 이사 선임과 재무제표 승인, 배당 결정 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된 기업은 총 76개사에 이른다. 76개사 가운데 56개사는 감사 선임이 부결됐다.
상장기업은 주총 부결 사태 주원인으로 소액투자자 단기 투자 행태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소액주주가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을 보유하는 기간이 평균 7.3개월인데 비해 코스닥은 3.1개월에 불과하다. 우량 기업이 대거 포진한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소액주주 대다수가 1년 미만 투자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자투표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해 정기주총 시즌에서 전자투표 행사율은 3.9%에 불과했다. SK하이닉스, 한전, 신라젠 등 총 197개사가 10~16일 기간 동안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이용 신청을 했지만 소액주주 실제 의결권 행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기주총 집중일의 추가 분산도 사실상 이뤄지기 어려운 형국이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도입한 주총분산 프로그램에 따라 협회와 금융당국은 이달 22일과 28일, 29일 등 사흘을 정기주총 집중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미 유가증권시장에서 22일에는 198개사가 몰리며 80개 한도를 2배 이상 넘겼다. 29일 역시 124개사가 몰렸다. 코스닥은 28일을 피해 26일과 27일으로 분산됐지만 130건 이상 정기주총이 예정됐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사실상 3월 마지막 7거래일을 벗어나 정기주총을 여는 것은 국내 규제 여건상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상장회사 주총 결의 요건을 출석주식수 기준으로 완화하고 감사 등 선임 시 3% 초과 의결권 제한 규정 등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