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 까다로운 소프트웨어(SW) 코딩을 꼭 해야 하나요?” 밤늦게 학원 문을 나서는 아이의 질문이다. 국·영·수도 버거운 판에 코딩까지 배워야 하는 부담으로 아이 어깨가 더 처져 있다. 4차 산업혁명 열풍으로 SW 코딩이 대학 입시의 일부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과 삼성전자 등은 입사시험에 코딩 능력 테스트를 포함시켰고, 정부도 SW중심대학 사업을 통해 비전공자 SW 코딩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자동차가 보편화되면서 우수한 자동차를 만드는 전문가가 산업을 이끌어 왔다. 자동차 부품을 만들고 관리하는 기술자도 수백만명이 양산되고, 일반 운전자도 엔진 구동과 작동 원리 관련 지식을 습득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양한 수준의 SW 전문가와 기술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SW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SW 코딩은 공장에서 부속품을 끼워 넣는 일처럼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프로그램 성능에 의해 서비스 성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경쟁 프로그램보다 우수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로 '코딩'이라는 단어에는 프로그램 구조 설계, 내부 알고리즘 작성과 프로그램 쓰기가 포함돼 있다. 우수한 프로그램은 신속, 정확, 안전, 유연함과 편리함까지 장착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이 생긴다.
'0.2초의 경쟁'을 기억한다. 단 0.2초 차이가 SW 성공과 실패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검색엔진, 계산용 SW, 멀티미디어 SW, 게임 프로그램, 실시간 SW 등 대부분 프로그램은 최단 시간에 결과를 내야 생존한다. 0.2초 늦게 결과를 보이는 프로그램은 소비자가 외면하기 때문이다. 또 프로그램은 안전해야 하고, 오작동이 없어야 한다. 해커의 장난질에 휘둘리거나 오류에 의해 중단되는 프로그램은 가치가 없다. 운전 중 고장으로 사고가 나는 자동차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없는 것과 같다.
우수한 프로그램 구현은 SW 코딩 전문가의 손에 의해 가능하다. 조기에 시작하고 보편화된 SW 코딩 교육이 다수의 SW 전문가를 배양하는 비결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SW 코딩 교육은 국가가 나서야 할 당면 과제다. 단순한 작업 수행이 아닌 정확하고, 빠르고, 안전한 SW를 제작할 전문가 수준은 국가 경쟁력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SW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SW 코딩이 필요한 직업은 계속 창출되고 있다. SW 유지보수, 간단한 SW 수정 작업, 간단한 기능의 간편 프로그램 작성 등이 가능한 SW 기술자를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블록체인 등 유행하는 서비스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사라지는 직업만큼이나 새롭게 나타나는 직업군에 SW 코딩을 기반으로 한 기술을 요구하는 다양한 직업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일반 국민의 SW 코딩 능력 수준이 산업 경쟁력을 결정한다. SW코딩을 통해 프로그램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문제 발생 시 해결 방식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배양되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몰고 다니면서 작동 원리에 무지한 사람보다는 엔진과 제어장치 구동 원리를 이해하는 소비자가 자동차 산업 발전에 기여한다. 대한민국의 SW 코딩 교육 열풍이 한때 유행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성공으로 이끄는 동력이 돼 정보기술(IT) 강국의 면모를 계속 유지하기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