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쇼핑 중독자다. 틈만 나면 다양한 상품을 찾아서 온·오프라인 채널을 가리지 않고 휘젓고 돌아다니며, 새로운 상품을 비롯한 다양한 쇼핑 콘텐츠를 즐긴다.
필요한 물건 이외에 신기하거나 기발한 상품, 흔히 말하는 따끈따끈한 '신상'(신상품) 정보기술(IT) 기기는 누구보다 빨리 구매해서 사용해 본다. 주변의 지인들은 곧잘 관심 있는 상품 관련 정보를 문의하기도 한다.
쇼핑의 일반 단계는 △방문 △탐색 △비교 △장바구니 △구매로 이어진다. 특정 상품을 정해놓고 구매를 결정하는 목적형 쇼핑도 세세한 부분에 차이가 있을 뿐 큰 범주에서는 동일하다.
국내에서는 쇼핑을 위한 탐색과 비교 과정이 포털,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서부터 오프라인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이뤄진다. 대개 명확한 구매 욕구와 목적에 따라 상품을 구매한다. 그러나 뚜렷한 이유가 없어도 상품을 보면 구매욕이 생기기도 한다.
일본어는 '이쿠라데스카?'(얼마예요?)밖에 모르지만 일본 도쿄를 방문하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 도쿄 쇼핑 명소 다이칸야마에 있는 쓰타야라는 서점이다. 그곳은 단순히 책만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쓰타야는 정갈하게 진열된 도서는 물론 엄선한 캐릭터 상품, 음식 등을 선보이며 라이프 스타일을 드러내는 공간을 추구한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를 파악, 일상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했다. 쓰타야는 커머스 서비스가 추구해야 할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로 론칭 11주년째를 맞은 11번가는 최근 '커머스 포털'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정보 탐색부터 상품 구매까지 모두 한 곳에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추구한다. 또 다양한 볼거리와 사용자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 제공에 힘을 쏟고 있다. 커머스 포털의 지향점이다.
11번가는 정보 탐색에서 구매까지 쇼핑에 최적화된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생수를 구매하려는 사용자와 화장품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서로 다른 검색 결과를 노출시키는 형태다. 예컨대 '마스카라'를 검색하면 '지속성이 좋은 마스카라'처럼 큐레이션(추천) 상품 결과를 테마 별로 구성해서 제공한다. 수많은 사용자가 상품을 구매한 후 올린 사용 후기 데이터를 인공지능(AI) 솔루션으로 분석해서 의미 있는 내용을 추출, 재구성한다.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상품을 제시하면서 쇼핑 편의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이 밖에도 탐색 목적에 맞게 정기 구매를 하는 생활용품은 이전의 결제 제품보다 상위 화면에다 노출시킨다. 키워드 입력으로 정보를 검색해야 하던 기존의 수동 방식에서 벗어나 상품 관련 콘텐츠를 적극 제공하게 된 셈이다. 고객이 여러 플랫폼을 돌아다니며 제품을 비교하고 후기를 살펴야 하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 11번가는 인터넷 쇼핑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또 하나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쇼핑은 잡지를 살펴보듯 콘텐츠를 둘러보는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소비자는 오늘 이슈가 된 상품이 무엇이고 어제 드라마에 출연한 연예인이 신은 신발을 궁금해 한다. e커머스가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채널에서 벗어나 즐거운 공간, 재미를 위해 머물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기를 바란다.
이기태 11번가 검색 부문 총괄 inio.lee@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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