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소송 75%는 전부승소지만…대형사건 승소율은 '뚝'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에 불복해 기업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경우 75.4%는 공정위가 전부승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행정소송 승소율(약 50%)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규모가 클수록, 심급이 올라갈수록 패소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소는 담합 사건에서 가장 많으며, '정황증거'를 두고 공정위와 법원간 이견이 있는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평가됐다.

공정위 연구용역으로 한동대가 작성한 '공정거래 행정소송 사건 분석을 통한 업무역량 제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2013년~2018년 6월) 동안 이뤄진 공정위 행정소송 확정판결은 총 744건이다.

744건 가운데 승소(전부·일부포함)는 660건, 패소는 84건이다. 승소율은 전부·일부 승소를 모두 포함할 때 88.71%, 전부승소만 고려하면 75.4%다. 이는 50% 안팎인 행정소송 전체의 승소율(전부승소 기준, 2013~2017년)과 비교하면 25%포인트(P)가량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공정위 행정소송은 부과 과징금 규모가 클수록 패소율이 높았다. 소위 '대형사건' 행정소송에서 공정위가 유독 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시정명령 등만 부과) 사건은 승소율(전부승소)이 90.70%에 달했다. 과징금 1억원 이하 사건 승소율은 80.0%다. 그러나 과징금이 '100억원 초과~500억원 이하'인 경우 승소율은 60.87%, '500억원 초과'인 때에는 57.14%로 승소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패소율은 심급이 올라갈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전부승소 기준 공정위 승소율은 지방법원 94.74%, 고등법원 91.42%를 기록했지만 대법원은 63.36%에 불과했다. 기업이 고등법원 판결에 불복할 경우 승소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의미다.

공정위 패소는 담합사건에서 두드러졌다. 패소(전부·일부) 총 183건 중 59.02%(108건)가 '부당한 공동행위'로 집계됐다. 다만 이는 담합사건 관련 행정소송 자체가 많았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담합사건 등의 승소율이 비교적 낮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원인으로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에 대한 공정위와 법원 간 견해 차이가 꼽힌다.

보고서는 “경쟁당국(공정위) 입장에서 묵시적 합의 인정, 담합으로 볼 수 있는 여러 정황증거를 적극 활용해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은 부당한 공동행위 입증와 관련된 합의 인정 수준(특히 묵시적 합의 경우) 또는 부당성 입증과 관련된 증거 관련 형사사건에 준하는 수준으로 다소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소송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조직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보고서는 “국세청과 같이 소송조직을 크게 강화해 중장기적으로는 공정위도 내부 인력 중심으로 소송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외부 대리인 선임 시에도 공정위가 소송전략을 주도하는 등 역할을 충실하게 해야 할 것”이라며 “사건처리 전반에 있어서 법률 전문성이 있는 인력도 보다 확충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표>공정거래위원회 최근 5년간 선고된 판결의 승소율(자료:공정위, 한동대)

공정위, 소송 75%는 전부승소지만…대형사건 승소율은 '뚝'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