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핀테크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집중 지원을 올해 주요 과제로 내걸었다. 과거 세부 과제에 머물렀던 핀테크 영역이 금융혁신 핵심 과제로 전진배치됐다. 카드사의 빅데이터 컨설팅 업무 허용, 비대면 방식의 특정금전신탁 허용 등 금융회사에 대한 각종 규제도 중점 개선한다.
금융위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업무계획을 7일 발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금융 역할을 강화하고 핀테크 등 금융부문 혁신 속도를 높이겠다”면서 “특히 간편결제 활성화, 불법사금융 대응 등과 같이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과제를 '국민체감형 금융혁신 과제'로 선정해 중점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집중 지원, 금융혁신 전면으로
금융위는 △경제활력 뒷받침 △핀테크 등 금융혁신 가속화 △소비자 중심 금융시스템 구축 △공정하고 투명한 금융질서 확립 △확고한 금융안정 유지를 5대 추진과제로 선정하고 58개 세부 과제를 제시했다. 지난해 금융위 업무보고 중심을 차지했던 '금융부문 쇄신' 대신 '혁신금융'이라는 열쇳말이 금융위 신규 업무 계획의 맨 앞자리에 놓였다.
우선 핀테크 분야에서는 5월 최대 두곳의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진입으로 인한 경쟁과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상반기에는 경쟁도 평가를 거쳐 신규 증권사와 중소금융권의 신규 진입도 순차로 인가한다.
금융 분야 규제 샌드박스도 다음달 1일 시행과 동시에 즉시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키로 했다. 또 혁신금융서비스 테스트 이후에는 핀테크 기업이 금융당국 규율 내에서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금융업 인가 단위 업무를 세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분야 데이터경제 확립도 핵심 과제다. 국회 계류 중인 신용정보법 개정을 통해 세금, 사회보험료 납부정보 등 공공정보와 대부업, 카드정보 등 다양한 금융정보를 금융권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공동결제시스템 구축을 통해 사업자가 은행과 제휴 없이도 이체·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간편결제를 활성화한다. 세제혜택과 대중교통 및 해외결제 지원 등 각종 이용자 혜택도 부여하기로 했다.
자금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도 결제 지시를 수행할 수 있는 지급지시서비스업(PISP) 인가 도입도 2분기 중으로 개편한다. 금융회사의 핀테크 기업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금융사의 핀테크 출자제약 완화도 2분기 중 개선한다.
또 혁신창업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대규모 정책자금도 투입한다.
우선 유망 스타트업 안착을 위해 5년간 190조원 규모 정책금융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기업은행 100조원, 신용보증기금 90조원의 창업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모험자본 투입을 통한 유망기업 발굴, 심사체계 혁신도 꾀한다. 혁신·중소기업 대출은 성장 가능성에 비중을 둬 심사하고 신규보증도 창업·혁신기업 위주로 공급한다. 금융위는 관련 세부 대책을 곧 발표한다.
한편 불황이 깊어진 조선·기자재와 자동차 부품 분야 중소기업에는 각각 1조3000억원(제작금융·만기연장)과 2조원(회사채 발행지원·우대보증)의 유동성을 공급한다.
최 위원장은 “소비자 중심의 금융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공정하고 투명한 금융질서를 확립하고자 한다”며 “금융회사, 핀테크회사 등이 개발한 혁신적인 사업모델과 영업방식이 불합리한 규제로 좌절되는 경우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카드사 빅데이터 컨설팅, 웨어러블 활용 건강보험 도입
이용자가 변화를 손쉽게 체험할 수 있는 신규 과제도 총 5가지 제시했다.
우선 금융권의 신규 서비스를 위한 영업 자율성을 대폭 확대한다. 보험업종에는 건강증진형 보험 활성화를 위해 웨어러블 기기를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키로 했다. 카드사는 금융 당국 신고없이도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컨설팅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감독규정을 바꾼다. 비대면으로 특정금전신탁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규제도 완화한다. 증권사가 개별 인덱스를 직접 개발해 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하는 것도 허용된다.
주택연금 가입연령도 하향 조정키로 했다. 가입주택 가격 상한도 시가 9억원에서 공시가격 9억원으로 현실화한다. 고령화에 대응해 주택연금을 실질적인 노후보장 방안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청년층을 위한 특화 전·월세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해 약 3만3000명에게 총 1조1000억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5% 수준으로 억제할 방침이다. 가계 또는 부동산 대출로 과도한 자금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의 추가 자본적립을 의무화한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제3 금융중심지 지정,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의 수수료 갈등 등 주요 현안도 언급했다. 최 위원장은 “현대중공업이 일감을 다 가져가 대우조선이 고사할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현대중공업이 상당한 부담을 치르면서 인수한 회사를 고사시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며 “인수가 되더라도 대우조선은 독자적으로 경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등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의 수수료 갈등과 관련해서는 “치열하게 조정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니 잘 조정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은 “현재 용역 결과를 보고 있으며 상반기 중에는 어느 정도 잠정적으로라도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