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줄줄이 단종…높은 혜택 제공 '혜자카드'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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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30세, 여)는 신용카드 혜택을 모두 챙기는 '알뜰족'이다. A씨는 본인이 사용하는 신용카드로 커피전문점에서 할인 혜택을 챙기는 것은 물론 영화와 교통비, 이동통신 등에서 많게는 20% 넘는 혜택을 누린다.

#직장인 B씨(38세, 남) 꿈은 비즈니스클래스를 타고 해외에 가는 것이다. 다만 직업상 비즈니스클래스 등 고가 비행 기회는 없다. 자비를 내고 타기는 어지간히 부담된다. 따라서 B씨는 높은 항공마일리지 혜택을 제공하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을 위해 꾸준히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있다.

하지만 A씨와 B씨가 사용하는 신용카드는 유효기간이 지나면 더는 발급이나 연장이 불가하다. 신용카드사가 높은 할인 및 적립 혜택을 제공하던 소위 '혜자카드(혜택이 좋은 카드)'를 줄줄이 단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추세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3월 6일부터 '파인테크 신용·체크카드' 발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카드는 스타벅스에서 사이렌오더로 주문할 때 월 2만원까지 50%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소위 '스타벅스 카드'로 불리며 직장인에게 인기가 높았다.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외한 카드사용액 대비 실제 소비자 혜택을 칭하는 '피킹율'이 평균 6%에 달하는 대표 카드 중 하나였다.

KB국민카드는 이외에도 SKT, KT, LG유플러스 등 통신비 할인카드를 포함 20개 제휴카드 신규 발급을 이달 말부터 중단한다.

삼성카드도 적립률이 높아 소위 '삼포(삼성포인트)'라고 불리던 '삼성카드 전자랜드7' 카드를 4일부터 발급 중단한다. 이 카드는 높은 적립률을 제공하는 데다 적립금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할 수 있어 인기가 높았던 상품이다.

다른 카드사도 예외는 아니다. 신한카드는 올해 '쌍용자동차 AUTO빅플러스'카드에 이어 최근에는 'Nano F' 'SK행복' 'Tap on' 등의 신용카드 발급을 중단했다. 현대카드는 'KT-현대카드M 에디션2(라이트할부형)' 'LG U+-현대카드M 에디션2(라이트할부형 2.0)', 하나카드는 '시그니처 카드' 등을 단종했다.

발급 중단된 카드를 보면 높은 적립률과 할인, 또는 제휴사와 함께 출시한 상품이 대다수다. 고객이 선호하는 서비스다. 실제 신용카드 포털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소비자가 가장 유용하게 생각하는 신용카드 혜택은 '대중교통·이동통신 할인'과 '마일리지 적립·전환율'이다.

카드사는 통상 인기가 없거나 적자상태가 지속할 때 단종을 결정한다. 그러나 두 달 만에 20여종이 넘는 카드 단종을 결정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는 작년 말 금융당국 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른 예견된 일이다.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면 혜택이 높은 카드를 중심으로 단종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현행법상 신용카드는 발급 후 3년간 기본 부가서비스를 유지하기 때문에 사전에 높은 혜택을 가진 상품을 단종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단종되는 카드가 20여종을 넘는 등 새해가 되고 두 달 만에 상당한 카드 발급이 중단되고 있다”며 “일부 상품은 피킹율이 6%를 넘는 등 소위 '알짜카드'가 많은 만큼 수수료 인하에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