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4일 서울 서대문구 KT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 화재로 KT 인터넷·휴대폰 등을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최악의 통신대란으로 이어졌다.
서울 서대문구·마포구·용산구·중구·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 일대 자영업자는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영업에 큰 피해를 봤다. 공공서비스는 국방, 소방, 경찰 등 우리사회 안전과 관련된 통신회선에 장애가 발생했다. 특히 119 신고전화 연결이 지연돼 70대 노인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이는 민간과 정부의 공공서비스가 단일 통신 사업자에만 의존하면 어떠한 참혹한 현실에 부닥치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 준 사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빅데이터 등 영화에서만 보던 기술이 생활 속으로 다가올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또다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면 경제·사회 혼란은 지금과 비교도 안 될 것이 분명하다.
통신구 화재는 지금보다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이번 사고를 통해 통신망 장애가 발생하면 단순히 통신망 장애를 넘어 사회 재난으로 대처해야 함을 보여 줬다.
정부는 어떠한 재난 상황에서도 국민에게 끊김없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현재 각 정부 부처는 통신망을 각자 구축해서 운영할 뿐만 아니라 동일한 구간의 중복 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는 물론 정부부처간 망 안정성, 통신망 개별 관리 등 격차도 크게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16년 5월 26일 경제부총리 주재 18차 재정전략협의회에서 각 부처의 개별 통신망을 운영하기 위한 '국가융합망 구축 및 효율화 방안'을 의결했다. 2017년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을 통해 방안을 구체화했고, 2018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돼 현재 예타가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국가융합망 구축 후 48개 정부 부처의 개별 통신망을 3년 동안 단계별로 수용, 고품질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미 영국, 호주, 유럽연합(EU) 등 많은 선진국은 국가가 정보통신망을 통합 구축·운영, 안전하면서도 유연하고 확장성 있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공급하는 등 우리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정보기술(IT) 선진국을 자부하는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국가융합망 구축을 통해 안전하고 경제성이 있으며 4차 산업혁명 대비가 가능한 범정부 정보통신망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가융합망의 생존성, 경제성, 미래확장성 등 관점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융합망은 통신사 이원화를 통해 통신망 생존성을 보장해야 한다. 통신망을 분리해 운영하기 때문에 단일 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해도 다른 통신망을 통해 끊김없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서울과 대전에 국가융합망 망관리센터(NOC)를 구축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체계화해서 통신망 위기 징후를 식별, 대응할 수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전문화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이용 기관과 공유, 정부통신망 관리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둘째 중복 투자되고 있는 정부통신망 예산 활용을 효율화할 수 있다. 정부 부처의 개별 입찰로 인한 기관별 통신비용 편차 발생, 동일 구간의 중복 투자 등으로 인해 예산 집행이 효율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가융합망을 통해 동일 구간의 중복 투자를 개선하고 데이터 유통량을 측정해야 예산 집행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폭증하는 데이터 수요에 대비할 수 있다. 국가융합망을 통해 대역폭을 충분히 확보하면 각 부처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서비스 개발 등이 가능하게 된다. 또 모니터링을 통해 데이터 유통량을 예측하고 미리 대역폭을 확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제 대응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급변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회 속에 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통신구 화재는 초연결 사회의 재앙을 경고하는 것으로 시사점이 크다.
사업자 이원화를 통해 통신망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하다는 근고지영처럼 하루빨리 국가융합망이 구축·운영되기를 기대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과감한 추진이 필요하다.
김명희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 mhkim0116@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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