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순환기에 대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 검토 재논의를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중기계 입장과 제도 도입 취지, 글로벌 산업 경쟁력 측면을 고려할 때 지정되지 말아야 한다는 대기업 시각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환경, 미래 기술 발전 방향, 현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공기순환기에 대한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지난해 말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당시 산업 현황 확인 등을 위해 지정을 보류했다. 당시 3개월 후 재심의하기로 함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 세부 논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여전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의견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핵심은 제도 도입 취지, 시장 상황, 기술 발전 방향 등이다.
중소기업계는 공기순환기 관급공사 시장이 100억원대에 불과한 작은 시장일 뿐만 아니라 경영난에 처한 중기를 보호하기 위해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기업은 시장 규모가 올해 300억원 규모로 성장하고, 중소기업 점유율도 80% 가까이 된다며 제도 도입을 반대했다. 실제로 지난해 공기순환기 조달 시장 실적을 보면 1위인 E화학이 점유율 38%를 기록하는 등 중소기업 점유율이 77.9%나 된다. 대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만 참여하며, 양사 합산 점유율은 22.1%였다. 전체 시장 규모도 2012년 96억원에서 지난해에는 266억원으로 성장, 중소기업계가 주장하는 100억원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대기업 관계자는 “중기간 경쟁제품 제도 도입 취지는 중소기업 판로를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기순환기 시장은 중소기업이 이미 8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제도 취지와 전혀 맞지 않기 때문에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술 발전 방향과 미래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대기업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공기순환기는 냉난방 된 실내공기를 환기하고, 이 과정에서 버려지는 열을 재활용하는 장비다. 업계에 따르면 공기순환기를 사용하면 자연 환기 대비 에너지를 약 20% 절감할 수 있다. 여기에 공기순환기와 시스템에어컨을 연계하면 자연 환기 대비 최대 40%까지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결국 공기순환기와 시스템에어컨 연계가 공기순환기만 사용할 때보다 20%포인트(P)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셈이다. 현재 대기업은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연계 기술을 개발해 보유했고, 이를 고도화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일본 다이킨과 미쓰비시를 비롯한 글로벌 공조 기업은 공기순환기와 시스템에어컨을 연계한 차세대 환기 솔루션 기술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에너지의 효율적 활용이 중요해지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기술 발전 방향도 환기 솔루션과 에너지 관리 솔루션 융·복합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보호는 중요하지만 과거 산업 발전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으로, 센서와 발광다이오드(LED) 등 산업이 전반적으로 쇠퇴한 경험이 있다”면서 “공기순환기도 향후 기술 발전 방향과 글로벌 시장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